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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2021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젠더 갈등과 양성 평등

전경하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젠더 갈등과 양성 평등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제2의 성’에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을 처음 접한 대학교 때는 격하게 공감했다. 결혼해 아들 둘을 키우는 지금은 동의 정도가 줄었다. 남녀는 기질적으로 다르게 태어난다.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보부아르는 여성에게만 차별이 집중되는 것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남성들은 젊을수록 여성에게만 차별이 집중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부장적 사회에 살았던 남성들이 누렸던 혜택의 대가를 자신들이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3인 쌍둥아들의 학창생활을 지켜보면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남녀학생이 싸우면 ‘여성은 보호해야 한다’며 남학생들이 더 혼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정신적으로는 여학생이 더 성숙하지만 성인은 그들의 기억과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남녀공학인 중고등학교에 가면 체육복 갈아입는 장소, 내신에 영향을 미치는 수행평가 등을 둘러싸고 소란이 인다. 아들 둔 학부모가 역차별을 우려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대학 입학 전후 남학생에게만 군대 문제가 떠오른다. 군대 생활이 많이 나아졌지만 사회 진출 초기 선택할 수 없는 18개월의 기회비용은 많이 아쉽다.

이런 경험과 생각들이 쌓여 10대 남성들은 모욕적인 상황에서 동성 친구를 여성을 비하하는 속어로 욕하곤 한다. 배경 설명 없이 인권, 평등 등에 대한 교육 없이 여성에 대한 배려만 강조한 결과가 아닐까.

청년창업사관학교 합격에 여성 가점 0.5점(2018년 3점)이 논란이지만 합격자 성비는 남녀 8 대 2에서 7 대 3에 접근하고 있다. ‘양성평등’ 가점 이유를 ‘여성’이라고 잘못 설명했다. 현재 공무원을 뽑을 때 특정 성(性)이 30%가 안 되면 합격선을 최대 2점을 낮춰 해당 성을 추가 채용한다. 추가 합격자는 남성이 더 많다. 교사는 적용되지 않는다. 교사에 대한 도입 여부는 몇 번 논의됐으나 좌초됐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여성 우위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양성평등 관점에서 하나씩 따져보자. 그것이 젠더갈등을 넘어 사회를 통합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