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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2022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초등입학 연령, 먼저 생각할 것들

전경하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초등입학 연령, 먼저 생각할 것들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올해 대학 신입생인 아들은 초등학교를 두 번 다녔다. 2008년 여름 1년짜리 해외연수를 영국으로 갔는데 8월 하순생인 아들은 9월 1일 기준 만 5세를 넘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에 돌아와 6개월을 유치원에 다닌 뒤 다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등교 첫날부터 오후 3시 30분에 데리러 갔다. 학교에 보낸 물건은 점심(급식도 가능)과 학교에서 파는 얇은 서류가방이 다였다. 가방에 학교에서 보낸 읽을 책 한 권과 간단한 메모용 수첩이 들어갔다. 혹시나 싶어 필기도구를 보냈더니 아이들이 자기 물건에 신경 쓰느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이들끼리 물건을 두고 싸울 수 있다며 아무 것도 보내지 말라는 메모를 받았다. 학부모 상담 때 학교에 가보니 둥그런 통에 다양한 필기도구가 잔뜩 꽂혀있었다. 아이들의 과목별 작업은 이름별 서류철에 있었다. 학교가 낯설었던 아들은 입학 초 부(副)교사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달랐다. 연필, 풀, 심지어 소형 쓰레받기까지 입학생 이름이 있어야 했다. 지금이야 문방구에서 이름스티커를 살 수 있지만 당시엔 일일이 손으로 썼다. 하교는 오전(지금은 급식 먹고 오후 2시 전후 귀가한다). 방과후 학교, 학원으로 감당이 안돼 친정 부모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학부모에게 요구사항이 많다. 담임 혼자라 학생 상황에 따른 개별 대응은 어렵다. 학업시수 맞춘다며 수업시간이 줄기도 하고 방학은 한달 정도로 유치원보다 길다. 돌봄교실은 신청해도 떨어지거나 가끔 파업도 한다. 돌봄교실이 ‘집에 가는 시간 기다리는 곳’이라 학습능력에 대한 두려움은 그대로다.

교육부가 초등 입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려다 포기했다. 출발선상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혀서다. 우리나라의 연간 초등교육시간은 680시간으로 OECD 평균(789시간)보다 100시간가량 적다. 초등교육 현장에서 돌봄이 중요하다거나, 중요 정책에는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번 사태는 왜 교육부가 불신의 대상인지를 다시 보여줬다. 일의 순서를 반대로 한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