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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2023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위대한 리셋’의 조건


‘위대한 리셋’의 조건




김광덕

정치82-86
서울경제신문 부사장·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밋빛 낙관론과 잿빛 비관론이다. 2021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8238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1인당 GDP는 3만5168 달러로 인구 100만 명 이상 국가 중 23위였다. 세계 7번째 ‘5030클럽(인구 5000만 명,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들어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2000년대 초반까지 5% 이상의 고도 성장이 지속된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잠재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자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8%로 올리면서도 한국은 2.0%에서 1.7%로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이 ‘잃어버린 30년’의 일본보다도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충격적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50년에 인도네시아에도 역전 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연초에 공개한 ‘2022년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85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군사·경제·외교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가 영향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2021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반면 6위였던 일본은 8위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5%가량으로 끌어올리면 1인당 GDP가 5만 달러에 이르는 주요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이 한국을 ‘5대 강국(G5)’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공약한 이유다.

한국이 저성장 늪으로 추락하지 않고 G5를 향해 나아가려면 반도체·배터리·원전 등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라 ‘선도자(first mover)’가 되려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최근 미국 오픈AI사가 내놓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기술과 인력의 소중함이 더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전장에서 뛸 인재들을 키워내려면 온갖 규제들을 철폐하고 세제·예산 등으로 전폭적 지원을 해야 한다. 가령 AI 인력 양성을 위해 우수한 교수진을 해외에서 영입하려면 충분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서 ‘위대한 리셋(Great Reset)’을 해야 인재들이 몰려드는 ‘부강한 매력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