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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2023년 1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학부생이 만든 태양광자동차, 3000km 사막길 도전한다 


동아리 탐방:태양광자동차동아리 스누솔로


학부생이 만든 태양광자동차, 3000km 사막길 도전한다 


10월 28일 모교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친환경 전기차 분해 전시에 참가한 스누솔로.  (스누솔로 제공)


호주 태양광자동차대회 우승 목표
“재정·기술 등 선배님 도움 절실”


‘월드 솔라 챌린지(이하 WSC)’는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태양광 자동차 레이싱 대회다. 각국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 1인승 태양광 자동차로 6박 7일에 걸쳐 호주대륙 최북단에서 최남단을 가로지르는 사막길 3000km를 달린다. 올해 10월 열리는 이 대회에 모교 학생들이 한국을 대표해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6월 결성한 태양광 자동차 동아리 ‘SNU SOLO’(이하 스누솔로)다.

앞서 몇몇 국내 대학이 WSC에 나간 적 있지만 모교의 출전은 처음이다. 게다가 29명 팀원을 석박사 한 명 없이 다양한 전공의 학부생으로 채웠다. 12월 28일 관악캠퍼스 한 카페에서 스누솔로 엔지니어링팀 백수지(자유전공 4년) 씨와 비즈니스팀 팀장 김민지(영어교육 3년) 씨를 만나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어가는 도전기를 들었다.

2023년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학생 6명이 ‘나가보자’며 무작정 모인 것이 시초였다. “자동차 동아리라도 해본 팀원은 단 2명이었어요. 전공서적과 해외 논문, 보고서를 되는 대로 찾아 읽고 교수님들께도 자문을 구했죠. 이후 친환경에 관심 있는 친구들, 그저 자동차가 좋은 친구들이 더 모여서 팀을 이루게 됐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차를 만들어야 해서 다같이 배우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백수지)

WSC에서 태양광 자동차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달릴 수 있다. 이 시간 외엔 반드시 정차해 숙박을 하면서 7일간 주행한다. 그나마도 “우승권에 들려면 5일 안에 완주해야 한다”고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20kg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종단 중엔 태양광을 통해서만 충전할 수 있고, 태양광 패널도 최대 면적 4㎡, 최대 발전량은 전자레인지 수준인 1000W로 제한된다. 에너지 손실원의 60%인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고속 주행과 사막의 돌풍 속에서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사막 더위에도 운전석 에어컨은 사치다.

기계팀과 전기팀, 공기역학팀, 구조·복합소재팀으로 구성된 스누솔로 엔지니어링팀과 디자인팀이 머리를 맞대고 무게 150kg, 길이 5.0m×폭 1.4m×높이 1.3m의 날렵한 불릿(bullet) 형태 차량 설계를 완성했다. 가볍고 강도와 강성이 높은 탄소섬유복합재(CFRP) 소재로 차체를 만들고, 258개 셀을 연결한 태양광 모듈과 5.4kWh 용량의 20kg짜리 배터리를 장착했다. 차세대 전기차의 일종답게 후륜 인휠모터를 채택했다. 평균 시속 80km 이상, 최고 시속 120km 이상이 목표다.

차별점도 뒀다. “차량에 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지능형 주행 알고리즘이 탑재돼요. 사람이 에너지 양을 모니터링하면서 판단하는 것보다 더 즉각적인 에너지 제어를 할 수 있죠. 보통은 그것도 전력 소모라 기피하지만 저흰 더 효율적일 거란 계산이 있어요.”(백수지)


스누솔로의 태양광 자동차 ‘도깨비’(그래픽. 스누솔로 제공)


스누솔로에게 이번 겨울은 중요한 시간이다. 1월 내로 자동차 설계와 부품 발주를 끝마치고 5월까지는 차량을 완성할 계획이다. 정적 테스트와 시운전을 거쳐 8월엔 항공편으로 호주에 자동차를 보내야 한다.

물론 차 한대를 만드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상당한 비용과 제작 공간, 재료와 장비 등이 필요한데 학생 수준에서 해결이 어려울 때가 많아 백방으로 뛰고 있다. 차량 제작비만 2억원이 소요되고 해외 운송비, 최장 40일간 호주에 머물러야 할 팀원들의 체류비, 항공비도 동아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제작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카본에 수지를 입히는 인퓨전 작업은 안전 시설이 중요해요. 소규모 테스트와 다르게 실물의 4분의 1 크기 모형 프로토타입을 만들려니까 안전상 학교에선 진행이 어려워서 테스트를 중단한 적이 있죠. 외부 업체를 찾아가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김민지)

기술적으로 막힐 때가 많아 카본 부속 제작, CNC 가공, 배터리 열관리, 태양광 셀 등 제작 단계 하나하나 조언이 절실하다. 차량을 만든 후에도 시운전과 각종 실험이 무사히 진행되려면 비즈니스팀의 어깨가 무겁다.

미국 스탠퍼드대, 일본 도카이대 등 강팀은 자국 기업의 기술 지원을 등에 업고 기부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수월하게 출전한다. 그렇게 경험과 지식을 쌓아 더욱 발전해왔다. 스누솔로도 많은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주저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소모성 투자로 보일 수 있지만 이 기술이 적용돼 큰 발전을 이루고, 미래 친환경 기술 발전을 앞당기는 투자가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앞서 출전한 타대 팀도 내내 아르바이트와 제작을 병행했다고 해요. 팀원들이 제작에만 집중하게 해주고 싶어 더 열심히 하게 돼요.”(김민지)

최근엔 차 이름도 생겼다. 세상에 마법 같은 변화를 불러오길 바라는 뜻의 ‘도깨비’다.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차체와 팀복에 후원 기업의 이름을 새기고 달릴 예정이다. 개인 후원자도 원하면 이름을 붙일 수 있고 요청시엔 스누솔로와 태양광 에너지 세미나를 열거나 기술 공유, 테스팅을 할 수 있다.

“저희는 이 대회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대에서 계속 도전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꿈과 열정을 바치고 있어요. 무엇이든 선배님들께서 가진 지식을 나눠 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자동차 제작은 물론, 후원자를 설득하는 방법, 사막에서 잘 지내는 법조차 저흰 잘 모르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을 대표해 참가하는 스누솔로의 도전을 돕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연락처: solo.snu@gmail.com, minji3225737@snu.ac.kr

스누솔로 홈페이지: https://www.snu-solo.com/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