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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눈물 한 방울’이 그리운 시대

이용식 문화일보 주필·본지 논설위원
 
‘눈물 한 방울’이 그리운 시대

이용식
토목공학79-83
문화일보 주필·본지 논설위원



전직 대통령 집 앞 시위에 대한 보복 시위가 현직 대통령 집 앞에서 벌어졌다. 정치 양극화가 어느 정도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시위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국민이 내심 어느 한 쪽을 두둔한다는 사실이다. 시위 소식을 전하는 유튜브 방송들을 보면 표현의 자유인지 ‘혐오 비즈니스’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이지만, 적극적 후원 그룹이 상당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프랑스 하원(국민의회) 총선에서 극우세력이 약진했다. 극단세력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합리 세력이 대패한 것은 기존 선거 이론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현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불복 선동 혐의까지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진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경제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접근 방향에 차이가 있을 뿐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정치 양극화는 훨씬 해결하기 어렵다. 살아온 경험과 경제적 득실 등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교 동문이기도 한 위대한 지성, 이어령(국문52-56) 초대 문화부장관이 최근 타계하면서 남긴 ‘눈물 한 방울’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봤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눈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지금 절실한 것이 있다면 관용의 눈물 한 방울, 나와 다른 이도 함께 품고 살아가는 세상.”

눈물은 눈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인데,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아플 때도 눈물이 나온다. 인간만의 특성이다. 악어의 눈물도 있지만, 먹이를 편히 삼키기 위해 입에 수분을 보충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눈물이 줄어드는 것 같다. 3초에 한 번 정도 눈을 깜빡여 눈물로 안구를 적셔주는 게 좋은데,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볼 경우엔 깜빡이는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구 건조증 환자가 늘고 인공눈물 수요가 많아지는 이유다. 지식의 확대가 눈물의 감소를 가져오는지도 모른다. AI 로봇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요즘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자식들이 눈물을 삼킬 뿐, 곡하는 상가(喪家)를 보기 힘들다. 눈물은 감정이 폭발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가슴의 안전밸브(safety valve of the heart)’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정치적으로는 상대방 생각을 이해하기보다 저주하는 공감 포기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래서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 더 그립다. 그런데 정작 이어령 본인은 “내 눈을 감을 때 손뼉을 쳐다오. 눈물 대신, 만가 대신 박수를 쳐다오”라고 당부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