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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투자 고수가 되는 지름길…두 번 세 번 노크 회원도 많다

서울대투자연구회 SMIC

동아리 탐방
서울대투자연구회 SMIC 
 
투자 고수가 되는 지름길…두 번 세 번 노크 회원도 많다
 


신입회원 정장 프로필 사진 관례 
자산운용 대표 등 금융인재 산실  


“‘스믹(SMIC)’은 투자의 세계에 첫발을 들일 수 있게 해준 인생의 스승이다. 죽는 날까지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

대학 시절 ‘투자 고수’로 이름났던 홍진채(전기공학01-08) 라쿤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SNU Midas Investment Club’의 약자인 SMIC(서울대투자연구회)은 금융계에선 유명한 투자 동아리. IMF의 그늘이 짙던 1998년 창립해 현 45기까지 400여 명의 회원을 배출했다. 여의도의 굵직한 자산운용사 대표 중 강성부(경영99-02) KCGI 대표, 황성환(지구환경시스템공학95-04)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최준철(경영96-03)·김민국(경제97-04) VIP투자자문 공동 대표 등이 SMIC 출신이다. ‘SMICER’라 부르는 회원들은 채권자문, 은행, 국내외 연기금과 법조계, 컨설팅, 대기업,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영대학 소속 동아리지만 전체 회원 중 비상경 전공자 비중이 46%. 주식을 처음 접해도, 재무제표 볼 줄 몰라도 전문가로 성장시켜 주겠다는 자신감의 근원은 20여 년간 노하우가 집약된 커리큘럼이다. “열정만 있다면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교육과 시스템이 혹독하고, 들어올 때 주식을 알든, 모르든 SMIC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고된 시간”이라고 김주희(경영19입, 44기) 회장은 설명한다. 이렇다 보니 SMIC에 들어오기 위해 학생들은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도 높은 교육을 거치면 SMIC의 오랜 기조인 ‘가치투자’에 발을 들이게 된다. 대부분의 대학 투자 동아리가 가치투자를 표방하는데, 이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김주희 회장은 “내재된 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기업을 찾아, 남들보다 빨리 그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풀이했다. 

그 기조가 잘 드러난 것이 SMIC의 기업 분석 보고서다. 매력적인 사업 모델과 가치를 지닌 기업이면 속한 산업이 어디든 분석 대상이 된다. 산업이나 매크로 이벤트에 대해 분석하는 보고서는 많지만 “1개 기업에 대해 이 정도의 분량과 밀도로, 매 반기 정기적으로 20개씩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집단은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서너명씩 팀을 이뤄 작성한 보고서를 ‘알럼나이(1년차 활동을 마친 회원)’ 초청 세션에서 발표하는 시간은 SMIC 활동의 꽃이다. 송곳같은 피드백과 뜨거운 토론을 통해 논리를 다듬고, 홈페이지에 공개해 다시 한 번 평가대에 올린다. ‘시각이 새롭고, 패기 넘친다’며 내려받아 밑줄을 그으며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 SMIC이 지향하는 가치 발굴과 스토리텔링의 정석을 담았다고 자평하는 ‘노바텍’, ‘케이씨씨글라스’ 보고서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최근 ‘엔씨소프트’ 보고서가 심심찮게 화젯거리가 됐다. 책임감이 무거운 만큼 방학 중에도 모여서 투자 공부에 열심이다. 

SMIC 1년차 활동을 마치면 회원들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 팀에 들어가 실제 투자를 집행할 수도 있다. 돈을 벌기보다 실전투자를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신용, 미수를 사용하지 않고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주권을 위주로 거래한다. 올해 1월 3일 기준으로 설정 대비 코스피를 208.58%p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투자 논리와 실제 시장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개인 계좌를 운용하는 회원도 많지만, 동아리 필수 활동은 아니다. 김주희 회장은 “SMIC 회원이면 주식을 잘할 것 같다는 오해를 주변에서 정말 많이 받는데, 오해가 아닌 알맞은 추측이었단 생각이 들도록 좋은 종목을 추천하려 최선을 다한다”고 웃음지었다.

‘유동성 잔치가 끝났다’며 암흑기에 들어선 최근 증시도 가치투자의 시각에서 보면 기회가 보인다. SMIC은 “리오프닝주, 가치주 등 최근 시장에서 주목하는 섹터뿐만 아니라, 저평가돼 있고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이라면 가리지 않고 시장에서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분석하려 한다”면서 “소비심리 위축 우려가 시장에 상존하는 만큼, 하반기엔 경기가 부러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성장이 꺾이지 않을 수 있는 기업에 더 주목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대학생의 주식 투자를 터부시하던 시대에 만들어져 이제는 각광받는 동아리가 됐다. 좌충우돌하며 투자 공부를 했던 선배들이 금융권의 거물로 성장해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매년 홈커밍데이를 열고, 몇 해 전 20주년 행사도 성대하게 가졌다. 김주희 회장은 “현업 종사자를 비롯해 선배님들께서 형성해주시는 네트워크가 저희 동아리의 가장 큰 자산이자 자랑거리”라며 “지금의 멋진 퍼포먼스를 유지해주시는 것만으로 그저 감사하고, 후배들 역시 동아리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SMIC의 관례 중 하나, 기수별로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투자를 연구하는 이들답게 전문성과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치열한 활동 속에 끈끈한 정으로 뭉친 이들에겐 가족사진이나 다름없다.

박수진 기자

기업 분석 보고서를 정기 공개하는 SMIC 홈페이지: http://snusm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