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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2021년 8월] 뉴스 모교소식

치매 예방하려 비타민 과다 섭취하면 ‘역효과’

모교 치매 연구 성과


치매 예방하려 비타민 과다 섭취하면 ‘역효과’

모교 치매 연구 성과



6월 28일 모교 연건캠퍼스 함춘회관에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개소식이 열렸다. 묵인희 의대 교수(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단장을 맡았다.



최근 모교(총장 오세정)에서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김기웅(의학83-89)·배종빈(의학06-10) 분당 모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체내 ‘호모시스틴’이 너무 낮아도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묵인희(동물82-86) 모교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치매 발병 원인의 약 70%인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비타민을 섭취하라’는 권고가 있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호모시스틴’의 체내 수치가 증가할수록 치매 유발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촉진하는데, 비타민제 섭취로 호모시스틴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기웅·배종빈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비타민제 과다 섭취로 호모시스틴 수치를 너무 낮추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8년간 국내 60세 이상 노인 2655명을 추적 연구하면서 호모시스틴 수치에 따라 집단을 분류해 상대 평가했다. 저호모시스틴 그룹은 정상군에 비해 8년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최대 4.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호모시스틴 그룹의 발병 위험(정상군 대비 최대 4.9배)에 버금갔다.

저호모시스틴혈증은 높은 비타민제 섭취율과 관련이 있었다. 저호모시스틴 그룹의 비타민제 섭취율은 41.2%로 전체 연구 대상자들(28.4%)에 비해 크게 높았다. 비타민 B군인 ‘엽산’과 ‘비타민 B12’의 체내 농도가 높을수록 호모시스틴 수치는 떨어졌다. 비타민B가 포함된 비타민제를 적절히 섭취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호모시스틴 수치에 집중한 최근 연구들과 달리 모교 연구팀은 낮은 호모시스틴 수치와 치매·알츠하이머병 위험도 간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배종빈 교수는 “한국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김치 등 채소를 통한 비타민 섭취량이 높기 때문에 저호모시스틴혈증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비타민 섭취량을 적절히 관리할 것을 권했다.

묵인희 모교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독성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간의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은 상호작용을 통해 뇌 속에 독성 응집체를 축적해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이 개념을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상호작용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플렉신(Plexin) A4’라는 단백질이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서 타우 단백질의 병리적인 과인산화와 응집을 유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모두 가진 알츠하이머병 치매 쥐의 뇌에서 ‘플렉신 A4’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했더니, 동일 연령의 치매 쥐에 비해 타우의 과인산화가 현저히 감소하고 인지기능 저하도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권위자인 묵인희 교수는 그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간의 연결고리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타깃을 찾아내는 기초의학 연구에 매진해왔다. 그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중요한 원인 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축의 매개인자를 규명하고 그 경로를 조절해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연구 결과가 치료제 개발의 타깃 연구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묵 교수는 6월에 모교에 개소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도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2028년까지 총 1987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업단은 치매 원인규명부터 예측 및 진단, 치매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까지 치매의 전주기에 걸쳐 핵심기술을 개발한다. 치매발병을 5년 지연하고, 연간 치매환자 증가속도를 50%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영국 치매연구정보통합시스템(DPUK)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 네트워크(Dominantly Inherited AD Network, DIAN)에 참여하는 등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치매연구에 필요한 물질과 데이터 등을 교류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