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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2022년 6월] 뉴스 모교소식

“응원단 사랑은 모교 사랑, 선배님들 함께 해요”

서울대학교 응원단

동아리 탐방

서울대학교 응원단
“응원단 사랑은 모교 사랑, 선배님들 함께 해요”


2016년 창단 응원문화 싹틔워
학내행사 단골, 매학기 정기공연



풍산마당에서 펼쳐진 모교 응원단의 ‘그대에게’ 공연.  사진=서울대 응원단


‘왜 서울대인은 뭉치지 않을까?’ ‘좀 더 함께할 수 없을까?’. 동창회와 하는 일은 달라도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 동아리가 있다. 서울대 응원단이다. 2016년 한 재학생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지 7년째. 역사는 짧지만 존재감은 크다.

“우리의 발자취는/ 조국의 오늘을!” “우리의 발걸음은/ 조국의 내일을!” 5월 23일 응원단 정기공연이 열린 문화관 중강당. 20여 단원의 ‘칼군무’에, 객석은 모두 일어서 어깨동무를 하고, 쩌렁쩌렁 응원단장의 선창을 맞받았다. 강렬한 인상을 받고 며칠 후 응원단 소속 이진서(기계항공공학 19입), 박정윤(의류 20입), 김세직(지구환경과학 20입)씨를 만났다. 응원단장 출신인 이들은 “좋아서 하는 동아리에 그치지 않고 학교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 응원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어디서 응원해?’란 말 많이 들었죠.”(박정윤) 축제 규모도 크지 않고, 타 대학과 대항전도 없다. ‘얼마나 갈까’란 예상을 깨고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새내기대학과 축제, 예술주간, 구기대회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특히 새내기대학 공연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이번 봄 학기 지원자가 역대급으로 많았어요. 공연을 본 신입생들이 많더라고요. 매 학기 과에서 한 명씩은 가입을 생각 중이란 얘기도 들려요.”(김세직)

응원가 대표곡은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인 모두가 아는 시를 인용한 결연한 느낌의 곡이다. ‘진리의 빛’, ‘샤애가’ 등 자체 응원곡을 꾸준히 개발 중이고, ‘그대에게’ 등 기성 곡엔 창의적인 안무를 붙인다. 어떤 팀보다 안무 수준이 높다고 자부한다. 이진서씨는 “모든 안무를 직접 짜기 때문에 응원단에서만 배울 수 있다. 팬데믹 동안에도 5인 이상 집합 금지면 네 명씩 모여 안무를 배웠다”며 웃었다. 풍산마당의 아담한 연습실에서 주2회(방학 중 주3회) 연습한다. 빌려 입던 단복도 사서 갖췄다.






5월 23일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응원단 정기공연 모습. 


대학 응원단은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다. 어느 학교는 단원들이 학점 포기 각서를 쓴다는 풍문도 들린다. 활동이 힘들진 않을까? 모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군기가 없는 건 장담해요. 네 학번 위가 신입으로 들어온 적도 있어요.”(이진서) “워낙 활발하고, 공부도 동아리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에요.”(김세직) 100여 명의 ‘응원단 동문’들은 후배 공연에 ‘아가리(바람잡이)’로 나서고,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한다.

경쟁 대상은 아니지만 ‘응원 명문’ 타 대학을 보며 느끼는 점도 있다. 박정윤씨는 “응원단을 하면서 우리 학교가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학교도, 학생도 딱히 뭉쳐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이해는 가지만 학교가 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타학교생들이 좋아보이기도 해요.” 소속감이 강한 학교에서 응원은 전교생이 함께하는 빅 이벤트이자 고유 문화다. ‘반면에 우린 그저 동아리 공연에 그치는 게 아닌가’, 이들의 오랜 고민이다.

하지만 변화도 감지된다. 김세직씨는 “오랜만에 열린 봄 축제 폐막식에서 다같이 ‘으샤으샤’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몇 천명이나 모인 학우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해 주셔서 재밌게 놀았다”고 했다. “서울대생도 다른 곳에선 잘 논다. 단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방증이다.

초기엔 응원단이 동창회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나중엔 동창회가 응원단 덕을 보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절, 서로의 어깨를 겯고 뜨겁게 외친 모교의 이름을 어찌 잊을까. 응원단을 쑥쑥 키워줄 동문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매 학기 학내에서 응원단 정기공연이 열린다. 유튜브에서도 무대를 볼 수 있다.

“응원단만으로 공동체 의식이 강해질 순 없겠지만, 시간 지나 우리 입지가 넓어지고 좋은 인식이 퍼지면 서울대인도 바뀌지 않을까요. 응원단은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습니다. 선배님들과 함께 할 날을 기다립니다.”(이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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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