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호 2022년 6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책임지는 리더에겐 겸손함이 있다
박 민 문화일보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책임지는 리더에겐 겸손함이 있다
박 민
정치82-86
문화일보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리더는 조직을 이끄는 동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리더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미래지향적 비전과 치밀한 전략·전술, 섬세한 조직관리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리더는 오롯이 혼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책임은, 조직이 크든 작든, 민간 영역에서든 공적 영역에서든, 정치적이다. 정치적 책임은 법적 책임을 초월한다. 판단과 결정과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도덕적 책임도 넘어선다. 선한 의도나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은 정상 참작의 대상일 뿐이다. 정치적 책임은 오로지 결과만이 문제가 된다. 세계 경제 침체나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확산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법은 리더의 교체다.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도 미적거리다 때를 놓치거나, 후임에 자기 사람을 앉히기 위해 농간을 부리거나, 이런저런 조건을 달면 의미가 반감되거나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게 될 수도 있다. 임기를 채우거나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진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부분 물러나기 싫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을 때가 많다.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轉嫁)하면 비루해진다. 본인만 비루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비루해진다. 비루한 리더를 따른 조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지고 조직의 기강은 무너진다.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없으니 창조적인 위기 탈출 전략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5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가 새겨진 패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트루먼은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해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임 중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고 팽창하는 사회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책임지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트루먼 정부의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트루먼에게는 리더의 최대 걸림돌인 교만이 없었다. 그와 그의 일 사이에는 한 번도 사적인 자존심이 끼어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들 모두 이런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