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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호 2021년 5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코로나 팬데믹, 깊어가는 그늘

홍지영 SBS 정책문화팀 부장·관언회 여기자회 회장


코로나 팬데믹, 깊어가는 그늘



홍지영
불문89-93
SBS 정책문화팀 부장
본지 논설위원·관언회 여기자회 회장


요양원에 아버지, 어버이날도 못 만나
생이별 겪는 가족들, 몸마음 돌봐주길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서 어버이날에도 면회가 금지된다는 연락이 왔다. 대신 가족들의 영상 편지를 30초 정도로 만들어 보내란다. 어버이날에는 혹시나 함께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역시 안 된다고 한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나가서 외식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대신 4인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여, 집집마다 배달음식을 먹거나 직접 해 먹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건 한 달이 채 안 됐다. 꼭 요양원에 가셔야 하나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어머니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결국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 수십 곳에 입소 신청서를 냈고, 다행히 한자리가 났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면회가 금지되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집으로 다시 모시는 경우가 많아 빈자리가 조금 생긴 거다.

코로나 팬데믹이 1년을 넘기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예상치 않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아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집단이 노인과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다.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 우려로 오래전부터 면회가 금지됐다가, 겨우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짧은 시간 면회가 허용됐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의 면회 신청이 전쟁이다. 신청일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면회 접수는 마감된다. 집에 계시는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노인정에 가서 소일할 수도 없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놀 수도 없는 가택연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감염은 피했지만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들은 더 힘들다. 아프면 서럽다지만 요즘처럼 서러울 때가 있을까? 열이나 기침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동네 병원에서는 문전박대. 종합병원을 찾아 일단 코로나 검사부터 하고 격리. 빠르면 7~8시간 뒤 코로나 음성 결과가 나와야 진료와 입원이 가능하다. 몇 배로 늘어난 응급실로 밀려드는 환자 처리는 물론 입원 환자 가족들의 면회 신청과 항의에도 대처해야 하는 의료진들 역시 1년 넘게 코로나 비상 체제 속에서 지쳐가고 있다.

올해 안으로 집단 면역이 가능하고, 필요한 백신을 확보했다지만, 국제 사회에서 승인받지 못한 “러시아 백신을 검토한다”, “노바백스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다. 우리나라가 희망대로 올해 안에 팬데믹을 벗어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더 큰 산들이 총총 남아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사회라는 일본보다도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의 손아귀를 간신히 벗어난 노인들과 부양하는 가족들의 부서진 몸과 마음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국제통화기금 IMF는 최근 “한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추가 부채가 발생하더라도 나중에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 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점점 깊어가는 코로나 그늘에서 이런 권고가 통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