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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2021년 2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아름다운 인연' 구순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지음


구순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인연
장충식 (역사교육51입) 단국대 이사장
도서출판 윤진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거미줄처럼 직조되기 시작하는 인연, 아름다운 인연도 있지만 피해갈 수 없는 가혹한 인연도 있다. 지금부터 엇갈리는 운명을 아름다운 인연으로 바꿔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파괴되지 않고 그 지난한 과정을 이겨낸 힘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이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은 한반도에서 처량한 처지에 놓인 일본 유부녀와 한국 청년이 사랑에 빠진다. 여성은 일본군 장교의 부인이고 남성은 독립운동가의 고교생 아들. 국적 나이 신분 관계, 거의 모든 조건이 당시 사회적, 시대적 통념과 궤를 달리하는 두 연인의 러브스토리를 구순의 작가가 풀어냈다.

소설 ‘아름다운 인연’은 자칫 신파 같은 소재가 전부일 뻔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는 당대 배경 묘사와 사실적인 평안도 사투리로 잘 그려냈다. 귀국 전까지 처참한 수용소에서 사는 일본인들의 생활, 평안북도를 비롯한 이북 지역에서 월남하는 이들의 고초, 해방정국 좌우 대립의 혼란 속에 몰락해가는 독립운동가 가문, 서북청년단과 남로당 간의 테러 공방, 일본으로의 밀항 과정이 실감나게 전개된다.

책에 ‘독립운동가의 아들과 일본군 장교 부인의 완전한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극적인 이야기를 드러내려는 목적보다 서로 용서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 저자는 이를 용서라고 보았다. 지금의 한일관계도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못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이 소설처럼 개인 차원의 용서와 국가 차원의 용서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소설을 통해 한국과 일본도 모진 운명적 관계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항하여 발걸음을 뗄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소설의 근본적 기둥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한 두 남녀의 멈출 수 없는 사랑 이야기지만,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에서 독립과 한국전쟁을 통하여 우리가 결국 용서해야 할 대상인 일본과 북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던져준다.

올해 구순을 맞은 장충식 동문은 이 소설을 시작으로 매년 한 권씩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한다. 출판사 윤세영 발행인은 “20대 젊은이를 능가하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저자에게 존경을 금할 수 없다”며 “굳이 문학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라고 믿고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장 동문은 1932년 중국 텐진(天津)에서 태어났다. 모교 졸업 후 고려대 대학원 등을 거쳐 1967년 단국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단국대 총장 및 이사장으로 36년간 재임하는 동안 한국 최초의 지방캠퍼스 체제를 도입했고 ‘세계문화사’, ‘동서양문화사’, ‘한국한자어 사전’ 등을 집필하며 학문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또한 북경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단장, 남북체육회담 수석대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단장, 백범 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남북체육회담 수석대표로서 해방 이후 최초로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단일팀을 이끌었고, 대한적십자사 총재 시절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성사시키는 등 남북화해의 새 장을 열어가는 데 앞장섰다.

저서로는 ‘세계문화사’, ‘동서양문화사’와 번역서 ‘감방의 소리’가 있으며, 회고록 ‘시대를 넘어 미래를 열다’, 수필집 ‘착한 이들의 땅’, ‘큰 삶, 작은 이야기’, ‘다시 태어나도 오늘처럼’ 등이 있다. 2012년 대하소설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 전 5권을 출간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