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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2024년 3월] 문화 신간안내

재범 의심되는 중증조현병환자 ‘사법입원제’ 제안

 
재범 의심되는 중증조현병환자 ‘사법입원제’ 제안


범죄사회
정재민(법학96-01)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창비


tvN 인기 교양물이었던 ‘알쓸범잡’의 전문 패널로 식견을 자랑했던 정재민(법학96-01) 동문이 ‘범죄사회-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창비)을 출간했다. 
소설 ‘보헤미안 랩소디’, ‘소설 이사부’, 에세이 ‘혼밥 판사’ 등을 쓰고, 제10회 세계문학상, 제1회 매일신문 포항국제동해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에 걸맞게 ‘범죄에 대한 모든 것’을 다양한 경험, 영화 및 각종 사건 사례 등을 인용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1장 ‘과학수사는 어디까지 발전했는가’에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당시 피의자의 유전자 검사만 정확히 되었더라도 이춘재는 쉽게 잡혔고, 그 많은 무고한 용의자들이 사망하거나 가혹행위의 후유증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2장에서는 판사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정 동문은 판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의 형량이 낮은 이유로 “양형 문제는 형사재판 전반에 얽혀 있는 제도적 문제”라고 말한다. 100쪽에는 ‘2023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표(살인죄)’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3장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다’에서는 형벌의 목적은 교화로 가야함을 역설한다. 그러나 “정유정, 유영철, 정남규 같은 사이코패스도 교화가 가능할까” 물으며 “사형제는 최소한도라도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2023년 8월 기준 교도소 정원은 4만9600명인데, 실제 수용인원이 5만8133명이라 수용률이 117.2%라며 과밀수용 문제의 심각함을 지적한다. 

1~3장이 이미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다뤘다면, 4장부터는 범죄를 예방하는 일로 범죄의 원인을 살피며 범죄심리학, 범죄사회학 등을 다룬다. 

5장은 예방 차원에서 전자발찌의 활용 확대와 조현병 환자 치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현재 조현병 환자는 약 18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조현병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는 6만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현재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수형자 수인 5만8000여 명보다 많다. 재범률이 의심되는 중증질환자에 대해서는 ‘사법입원제’를 적극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건축 설계로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DE,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설명도 흥미롭다. 요즘 밤거리 길바닥에서 보게되는 ‘안심하고 귀가하세요’라는 불빛 그림자, 전신주 의 비상벨 등이 셉테드의 예다. 

마지막 6장에서는 법무심의관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 20여 건에 대해 소개하며, 범죄 예방에서는 결국 현실이 반영된 법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는 행위는 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반려 동물의 법적 지위, 임차인의 정보청구권 등이 그 예다. 

정 동문은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범죄를 바라보고 우리 사회의 범죄대응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인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어 책을 썼다”며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해결돼 ‘사람이 사는 듯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정 동문은 공동체에 기여하는 공적인 일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 23년간 공직에서 일했다. 절반을 판사로, 나머지 절반을 법무부, 방위사업청, 외교부, 국방부에서 근무했다. 그밖에 군검사, 유엔국제형사재판소에서도 활동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