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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2020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전경하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칼럼

코로나 시대, 서러운 아이들
느티나무칼럼

코로나 시대, 서러운 아이들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경제부장
본지 논설위원


코로나19가 학교 현장을 덮친 올해 쌍둥이 아들들은 고2다. 고1도 고3도 아니라서 감사하다. 올해 고3은 수능이 한차례 미뤄졌고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입시를 치뤘다. 1년 내내 일정의 불확실성, 대면 최소화 원칙과 낯설고 힘든 싸움을 했다. 초중고 1학년은 ‘코로나 신입생’이다. 새 학교에 적응하고 새 친구도 사귀어야 하지만 한 달에 학교 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결손은 학교마다 달랐다. 공통점은 사립초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등 학비가 비싼 학교는 나름 돈값을 했다는 점이다. 초등생 학부모는 사립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인 체육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운동복을 입혀 체조를 시켰다고 부러워했다. 차관급 공무원은 쌍방향 온라인 수업하느라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특목고 딸이 안쓰러워 대형 모니터를 샀다고 했다. 일반고에 다니는 아들들은 영상을 몰아보거나,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다른 기기로 게임을 하곤 했다. 그래도 재택근무를 할 때 수업 상황을 점검하고, 식사를 챙겨주거나 최소한 배달이라도 시켰다. 맞벌이 학부모 중에서는 나은 수준일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손이 많이 가는 저학년이 아니어서 더 나았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겪은 코로나19 피해는 자신이 처한 사회적, 물리적 환경에 따라 달랐다. 가난할수록 피해가 컸다. 제대로 된 돌봄이 없이 끊긴 급식에 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인천 라면형제’ 비극이 그렇다. 정상적인 교육이 시작되면 ‘코로나 신입생’ 중에서 기초학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은 진행되는 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돌봄과 교육의 심각한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는 것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것은 건강한 사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곧 새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언제라도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올해야 모르고 당했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일을 당한다면 그것은 무능한 일이다. 대책의 최우선 순위는 지금의 사회 구조에 어떤 책임도 없는 취약계층의 어린이여야 한다. 미국의 ‘낙오아동방지법’, ‘모든학생성공법’까지는 아니어도 사회가 전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