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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020년 8월] 뉴스 기획

캠퍼스 몇번 다녀오니 종강…화상수업도 괜찮네요

2020 새내기 4인 인터뷰
2020 새내기 4인 인터뷰

캠퍼스 몇번 다녀오니 종강…화상수업도 괜찮네요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200여 일이 지났다. 감염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감히 비할 바 아니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과 비애도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거리두기 운동 참여와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제가 위기에 내몰렸고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은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 즉 ‘코로나 블루’를 호소한다.
누구 한 사람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20학번 신입생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더 안쓰럽다. 대학 합격과 새 학기 개강이 코로나19 출현 및 확산과 맞물려, 일생에 한 번뿐인 ‘새내기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겼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2일 관악캠퍼스의 한 카페에서 본회 장학생 길기진(건축20입), 김민우(물리천문20입), 박수연(영문20입), 이윤진(언론정보20입) 씨를 만나 코로나 시대의 대학 생활에 대해 들었다.

-대학에서 맞은 첫 방학이다. 어떻게들 보내고 있는지.
길기진 : 6월 19일 종강해서 방학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고등학생 1명에게 과학을, 중학생 1명에게 수학을 과외 지도하고 있다. 토익 공부도 병행 중이다.
이윤진 : 7월 1일 종강했다. 집 근처 학원에 조교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엑셀, 한글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져 최근 건강관리에 소홀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조만간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박수연 : 6월 첫째 주 종강했다. 방학이 됐어도 코로나 사태인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자유롭게 외부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집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지낸다.
김민우 : 공부는 좀 쉬고, 나를 재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엔 춤을 배우고 있는데, 연기에도 관심이 있어서 2학기 개강하면 학교 연극 동아리를 알아보려고 한다.

-지난 1학기 중 몇 번이나 학교에 왔나. 선배·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는지.
길기진 : 오늘 인터뷰를 포함해 서너 번 된다. 새내기 대학 OT와 기말고사 때 학교에 왔었다. 학교 근처에서 선배들이 마련해준 술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미뤄지고 비대면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선배들은 물론 동기들과도 활발히 어울릴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아직은 좀 서먹하지만 2학기 땐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김민우 : 올해 등교한 횟수는 저도 서너 번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이나 물리 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 심심치 않게 서울대에 왔었다. 캠퍼스 전체는 아니지만, 경시대회장 주변으론 꽤 익숙하다. 술과 게임으로 급하게 사귀는 교우 형태를 좋아하지 않아 술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새내기 대학 OT 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여행을 다녀오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코로나 여파로 대학교 친구를 못 사귄 대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더 긴밀해졌다.
길기진 : 새내기 대학 OT는 좋은 행사로 기억된다. 학교 배지도 나눠주고 풍선을 날리는 세레모니도 인상적이었다. 학교 정문 조형물을 작게 본뜬 모형 아래를 선배들의 환호를 받으며 지나쳐 가는데 그때 정말 ‘아, 들어왔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그랬는데 개강이 연기되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누구를 원망할 순 없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상처뿐인 첫 학기가 될 뻔했다.

-새내기다운 캠퍼스 생활을 못 누리고 있다.
박수연 :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수생도 있고, 삼수생도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 급작스럽게 개학이 미뤄지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됐다. 학원 수강도 제약을 겪었다.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혼란과 불확실성에 비하면 우리 학번이 잃어버린 캠퍼스의 낭만은 그렇게 큰 상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과 한 학년 차이로 이러한 혼란 없이 무사히 입시를 치렀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학의 공기는 아예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가늠이 잘 안 된다. 그러나 입시는 겪어봤으니까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된다.
길기진 :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뭔가 완결을 짓지 못하고 대학으로 이어진 기분이다. 청소년에서 이제 성인이 됐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대학 생활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2학기는 1학기 때와는 다를 거라고 기대한다. 1학기 때는 코로나19의 실체는 물론 명칭조차 불분명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연히 우리 사회의 대응 또한 미숙했고,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딜 가나 마스크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있고, 예방수칙이나 행동 요령에 대해 잘 알고 있다. 2학기 땐 감염병을 통제하면서 학우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5월 중순 대면 수업이 재개됐을 땐 외려 학생들이 등교를 꺼린다고 들었다.
이윤진 : 경각심도 있고 예방수칙도 잘 알고 있지만, 일부에선 지쳐가는 기색도 보인다. 친구들의 SNS를 보면 어디 놀러 가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친구들한테서 저에게 병이 옮겨오고 그 병이 다시 우리 가족들, 가족의 지인들에게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등교가 선뜻 내키진 않는다.
박수연 : 학생들 대부분이 대중교통으로 통학할 테고 그러면 감염 위험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등교가 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한 30% 정도는 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산본역인데 학교까지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등교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반강제로 시작한 비대면 수업이 이제는 외려 편해진 측면도 있다.

-2학기 땐 신입생에 한해 가급적 대면 수업을 늘릴 방침이라고 하는데.
박수연 : 금시초문이다. ‘신입생에 한해’라는 방침은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가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감염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학년 구분 없이 등교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신입생이라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건 아니지 않나.
김민우 : 단순히 선배 동기들과 어울리기 위한 목적에서라면 반대지만,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띄어 앉기 등 감염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들이 취해진다면 자주 등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대면 수업을 비롯해 모교의 코로나19 대응에 만족하는지.
이윤진 : ‘줌’(Zoom)을 활용한 동시간 화상 강의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시행 초기엔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인해 수업에 차질을 겪기도 했다. 화상 강의 도중 교수님이 튕겨 나간 것이다. 잘 모르는 학생들끼리 남아 멀뚱멀뚱 어색한 침묵을 견뎠던 기억이 있다. 다른 대학에 비해 공지가 늦었던 점도 아쉽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학생들은 거주지 문제로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길기진 : 제가 그 지방에서 서울로 온 학생이다(웃음). 본가는 대전인데 기숙사를 신청해 방을 배정받았다가 4월 중순에 ‘일시 퇴거’했다. 일시 퇴거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대면 수업 시작 일자를 고려해 일부 기간 동안 퇴거하는 방식으로, 기숙사 등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 퇴거’와 구분된다. 기말시험을 위해 6월에 재입주했는데, 기숙사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5월엔 관리비 전액을, 3월엔 입주일에 따라 일할 계산된 60%를, 4월엔 입주 구간별로 60%를 환불받았다. 정작 수업은 못 듣고 기숙사비를 부담한 건 아쉬웠지만, 본가와의 거리를 감안해 퇴거 관련 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해주는 등 편의를 봐준 것은 고마웠다.
전공 수업 관련해선 직접 만든 건물모형을 놓고 발표와 피드백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었는데,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진을 찍어 PPT로 만들어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올렸지만, 실물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은 또 달라서 아쉬웠다.
박수연 : 전공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의 학문적 깊이에 감탄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영문학의 수준과 완전히 달랐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관계없이 수업 자체에 만족한다.
김민우 : 비대면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수업에 따라 달랐다. 교수님의 강의 준비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과목 특성상 비대면으론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수업도 있었다. 논문을 영작하고 서로 첨삭해주는 수업이 특히 그랬다. 실시간 화상 강의라 해도 직접 대면하여 상호작용하는 데는 못 미쳤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윤진 : 장학금을 받은 터라 쉽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음대와 미대, 공대 학생들은 실험과 실습이 많기 때문에 더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정작 실험, 실습을 할 수 없다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김민우 : 우리 학부의 실험·실습은 조교를 통해 대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의 입력값을 조교에게 전달하면 대신 실험을 하고 그 결과값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변인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값을 종합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실험 수업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 교구를 만져보고 이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는 것 또한 수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발생 동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수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길기진 : 결국은 만족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수업을 듣고 만족했다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거꾸로 대면 수업이었다면 전부 다 만족했을까. 더 신중해져야 될 것 같다.

-대학 첫 학기 추억을 꼽는다면.
길기진 : 개강 전에 기숙사에 들어와 학교를 둘러봤던 시간이 떠오른다. 캠퍼스를 거닐며 진짜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교를 둘러싼 관악산의 운치도 좋았다.
이윤진 : 선배들도 같이 듣는 프랑스 문학 수업 때 소설을 미리 읽고 게시판에 감상문을 올리는 과제가 있었다. 다른 학우들은 어떻게 썼나, 읽어봤는데 13, 14학번 선배들 글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서 멋있다고 느꼈고 ‘서울대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나도 저만큼 쓸 수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김민우 : 무슨 일이든 도전적이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기들한테서 ‘역시 서울대’라는 인상을 받았다.
박수연 : 비대면 수업을 받다 보니 다른 학우들의 실력이 잘 가늠이 안 돼서 내 역량이 동기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분한가 돌아볼 때가 있었다.

-장래희망 등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박수연 : 영상 및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기계적 번역으론 전달할 수 없는 톤, 뉘앙스 같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창작물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한 경험을 최대한 비슷하게 옮겨 오는, 그런 번역을 하고 싶다.
이윤진 : 아직은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중이라 명확하게 결정하진 못했는데, 직업적으로 현재 관심 있는 분야는 영상콘텐츠 제작이다. 영상 시대에 발맞춰 위로가 되고 웃음을 주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무슨 일을 하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길기진 : 환경과 건축을 연결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우선 건축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친환경 건축에 대해 연구해 보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과 건축의 연관성에 대해 탐구하며 이 둘을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주거의 편의와 환경 보존, 양자를 고려한 건물을 설계한다면 전 지구적으로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우 :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장래희망이자, 최대 과제라고 생각한다. 제 경험상 그럴듯해 보이는 어떤 일이라도 막상 성취했을 땐 그 이면을 보게 돼 허무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사연구원이나 구글 창업 프로세서, 배우 등을 직업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추상적이다. 분명한 건 어떤 일을 하든 성취만큼 허탈감도 뒤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허탈감, 허무함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나 자신의 의지와 생각도 중요하지만, 배우자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반려자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크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