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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2020년 6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BC(Before Corona)에서 AC(After Corona)로 

홍지영 SBS 정책문화팀 선임기자, 본지 논설위원 칼럼
느티나무 칼럼
 
BC(Before Corona)에서 AC(After Corona)로 


홍지영

불문89-93
SBS 정책문화팀 선임기자, 본지 논설위원
 
대학생 아들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인터넷 수업을 듣는다. 사이버 강의가 끝나면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낸다. 안주거리로 과자까지 주섬주섬 챙겨 들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간다. 그리고는 컴퓨터 카메라를 향해 건배를 외치면서 친구들과 채팅을 즐긴다. 

코로나를 피해 잠시 도쿄에서 귀국한 한 기업인은 하루에 5, 6회 현지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업무를 지시한다. 퇴근 후에는 귀국한 유학생 자녀들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철들면서부터 대화는커녕 얼굴 보기조차 힘들었던 자녀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다.

애프터 코로나, AC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다. 코로나는 컴퓨터와 핸드폰,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이버 공간으로 우리를 밀어넣고 있다. 동시에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런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 아무도 종착점을 모른다. 한순간의 방역 성과에 기뻐할 수도 없다.

생필품 사재기로 마켓에서 난리가 난 선진국들과 달리 인터넷 쇼핑 강국인 우리나라는 집 앞에 배달된 싱싱한 식재료를 시간에 맞춰 챙기기만 하면 된다면서 뿌듯했던 것도 잠시. 총알 배송의 중심에 서 있던 물류센터가 순식간에 코로나 집단 감염의 새로운 진원지로 눈총을 받게 됐다. 열악한 작업 환경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거다. 미래 예측도 불가능해졌다. 한 달 뒤 여행 계획도 세울 수 없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질서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보건과 위생 선진국으로 손꼽혔던 일본은 미숙한 대응으로 정권이 흔들리고, ‘복지 교과서’라던 유럽은 의료 체계가 맥없이 무너지며 유럽형 복지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가 불러온 격변의 시대,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한강의 기적, 수출경제, IT 강국 같은 과거의 성취는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사하는 새로운 산업 질서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다시 한 번 도약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