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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호 2020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변화들

전경하 서울신문, 본지 논설위원 칼럼
느티나무 칼럼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변화들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 그동안 해왔던 행동이 비효율적이어도 습관적으로 해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강제적으로 행동을 바꿨는데 바뀐 행동이 더 효율적이었다면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도 흔적이 남아 당시로 돌아가기를 원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시차출퇴근에서 오전 10시 출근을 고르면 출근전쟁을 치르지 않고, 학부모라면 자녀의 등교를 챙길 수 있다. 재택근무의 장단점이 있지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절대적 장점이다. 집안일과 회사일이 뒤엉켜 일하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진다는 경우도 있고, 사무실이 익숙하고 편한 일부 임원진은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낯설어했다. 상사와 얼굴 보지 않는 온라인 회의가 편했다는 직원들도 있다. 
 
저녁 약속이 대거 취소돼 예정된 시간에 퇴근하면서 아내의 눈총을 받은 경우도 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한 사람도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사무실 공간은 줄어도 된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내릴 요인이다. 영상회의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될 거 같고 ‘눈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면회의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면 사무실을 고집할 까닭이 없다. 오히려 얼굴 보고 이야기했으니 ‘알겠거니’하고 대면회의에서는 두루뭉술 넘어갔는데 영상회의에서는 제대로 전달됐나 따지느라고 회의 시간이 길어진 경우도 있다.
 
관행에 익숙한 중장년층보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청년층이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변화에 더 잘 적응할 것이다. 청년층은 ‘혼밥’, ‘혼행’ 등 혼자 하는 생활이 익숙하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독감도 중장년층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 중장년층이 청년에게 배우는 시대라고나 할까? 
 
그래도 파편화된 세계에서 감정의 끈을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필요하다. 이런 회사, 이런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연대의식도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하면 주 52시간은 어떻게 계산하고, 세계적으로 낮다고 평가받은 노동생산성은 어떻게 될까. 근무시간이 아닌 직무로 일할 가치를 따지는 상황이 다가오는데 준비는 돼 있나. 코로나19 이후 벌어질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강제적 ‘집콕’을 보냈지만 답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