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02호 2020년 1월] 뉴스 기획

인간과 99% 유전자 같은 쥐는 과학자의 친구

경자년 쥐의 해 기획 - 모교 실험동물 쥐


모교 실험동물 쥐
인간과 99% 유전자 같은 쥐는 과학자의 친구



모교 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에서 제공한 사육실 풍경. 어미 쥐가 새끼 쥐 여섯 마리를 품는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포근한 둥지를 만들어줬다.



노화·치매·유전연구 등에 필수
유전자변형 쥐 몸값 수천만원
학내 약 10만마리 엄격 관리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지난 12월 17일 ‘2019년도 국내 5대 바이오 성과·뉴스’를 발표했다. 묵인희(동물82-86) 모교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가 공동 진행한 알츠하이머병 연구, 김진수(화학83-87)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의 염기 교정 유전자가위 공동연구가 포함됐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로 만성 통증 치료 메커니즘을 규명한 오석배(치의학86-90) 모교 치의학대학원 교수의 연구도 선정됐다.

이들 연구는 주제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실험동물로 쥐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쥐는 사람과 최대 99% 유전자가 유사하다. 빠르게, 많이 번식하고 세대별 수명이 2~3년 정도로 짧다. 질병 치료와 유전, 노화 등 바이오 분야 기초 연구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2018년부터 국가전략생명연구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쥐를 이용한 연구는 유전자 기능 연구 분야가 대표적이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과 유전 질병의 기전,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자변형 쥐(GEM)를 이용한다. 특정 유전형질을 인위적으로 도입해 유전적 변화를 준 TG(trans gene) 마우스, 특정 유전자를 탈락·억제시킨 KO(knock out) 마우스가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각광받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특정 질병이 발현되는 형질전환 동물을 만든다. 쥐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를 통해 암 억제 유전자를 잘라내면 암에 잘 걸리는 생쥐가 개발되는 식이다.

성제경(수의학86-90) 모교 수의학과 교수는 인간과 99% 유전자가 같은 실험용 쥐에서 면역 관련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후 지방조직 내 에너지 소비가 활발해지는 결과를 얻어 해당 유전자의 비만 조절 기능을 확인했다. 성 교수는 ‘국가 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단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유전자변형 쥐를 개발하고 유전자 기능을 해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센터에서 무균복을 입고 실험동물을 관리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



알츠하이머(치매) 연구에도 쥐가 필수다. 인간의 알츠하이머와 더 유사하고, 더 정확한 증상이 재현되도록 ‘알츠하이머 생쥐’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묵인희 모교 의학과 교수는 2018년 자체 개발한 알츠하이머 생쥐 모델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의 장내 미생물이 정상 생쥐보다 불균형한 것을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건강한 쥐의 대변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이식해 알츠하이머 증세가 완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에피소드로 “건강한 개체의 분변을 모으려 긴 시간 동안 실험실에서 쥐들의 배변을 기다렸던 기억”을 꼽기도 했다.

사람의 1,000분의 1수준인 1억 개의 뉴런을 가진 쥐를 통해 수많은 뇌의 비밀도 밝혀냈다. 강봉균(미생물80-84) 모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기억이 저장되는 시냅스를 확인한 것도 생쥐의 머리 속이었다. 신희섭(의학68-74)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사회성과 공감능력을 연구하고 있다.


실험동물자원관리원서 통합 관리

이렇듯 쥐는 연구경쟁력을 좌우하는 생명연구자원인 만큼 모교에서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은 모교 동물실험과 관련 시설을 총괄 관리하는 기관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동물실험 승인을 지원하고, 학내 동물 반입, 실험 종료시 실험동물의 폐사까지 관장한다.

학내에선 자연대, 농생대, 약대, 유전공학연구소와 연건캠퍼스 의대, 치대를 비롯해 평창 농생대 목장과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디자인동물센터가 각각 동물실험 및 사육시설을 두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모교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도 종양과 알러지, 아토피 등의 면역 질환 모델 동물을 보유했다. 2019년 4월 기준으로 모교에서 사육하는 마우스(생쥐)는 1만7,000케이지, 래트(큰 쥐)는 400여 케이지 규모다. 한 케이지당 4~5마리가 적정한 수용 숫자다. 연구자가 동물실험 승인을 받은 후 동물 반입을 신청하면 각 시설이 사육 환경 등을 검토 후 반입해 제공한다.

모교에서 관리하는 쥐의 90% 이상은 유전자변형 쥐다. 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는 5,000케이지 규모로 TG, KO 마우스 등 총 240종의 유전자변형 쥐를 보유하고 있다. 의대에서 이뤄지는 생명과학 연구의 목적에 맞춰 당뇨와 알츠하이머, 암, 비만 등의 형질전환 마우스를 전문 관리한다. 쥐를 비롯한 특수형질 실험동물을 유지, 번식시키고 실험을 수행하면서 일종의 유전자 은행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정한 유전자변형 쥐는 수천만원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형질 전환이 한 동물 안에서 두세 차례 일어난 경우, 번식을 해도 모든 형질이 그대로 유전되지 않아 금액을 매기기도 어려운 귀중한 동물 자원”이라는 의생명동물자원센터 관계자의 설명. ‘귀한 몸’인 만큼 관리가 까다롭다. 암 연구에 널리 쓰이는 ‘누드마우스’는 특히 보금자리에 예민하다. 면역 세포가 분비되는 흉선이 없이 태어나 면역력이 약한 누드마우스는 속눈썹을 비롯한 체모가 없어 체온 손실도 크고, 분진이 나는 소재는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어 깔짚 소재부터 신중히 골라야 한다.

센터의 모든 쥐는 특정한 병원균이 없는 SPF(specific pathogen free) 생쥐로 타 기관에도 마우스 전문 청정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균 마우스 생산과 유지를 위한 격리실을 운영하고 마우스 수정란과 정자도 동결 보존 중이다. 센터 관계자는 “실험동물 사육실에 종사하는 사육사들은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들”이라며 “센터는 한국실험동물인증위원회가 인증한 실험동물기술원 1급, 2급 자격 취득자를 채용해 실험동물의 복지와 윤리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험 쥐에 고마움과 미안함 공존

일반적으로 쥐가 있는 사육시설은 23도 내외의 온도와 40~60% 사이 습도를 유지하고 일정한 기압과 조도 유지, 시간당 14~18회 환기 등 사육 환경을 준수하고 있다.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해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은 최근 69동 건물을 신축했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내에서도 동물실험 윤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동물실험 윤리 교육을 실시한다. 정서적으로도 실험동물은 연구자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늘 공존한다. 매년 연말 의대와 약대 등에서는 희생된 실험동물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진다. 2006년부터 실험동물 위령제를 열어온 모교 병원과 의대는 지난 12월 20일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를 주축으로 위령제를 열었다.


박수진 기자




쥐 토끼 개들에게 바치는 묵념
의대 실험동물 위령제 개최

지난 12월 20일 연건동 모교 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실험동물 위령제.




“실험동물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연구자들은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20일 연건동 모교 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는 지난 한 해 의학 연구 과정에서 희생된 실험동물들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렸다. 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와 실험동물실,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모교 병원 의생명연구원 전임상실험부 등 연건캠퍼스 소재 동물실험 시설 네 곳이 공동 주최했다. 교수와 연구원, 재학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짧은 묵념으로 시작한 행사는 약 두 시간 동안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강병철(수의학91-96)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장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참석자 전원이 위령제 제단 앞에 줄지어 헌화하며 동물들의 넋을 기렸다. 제단에는 ‘우리는 감사한다’라고 쓰인 패를 중앙에 두고 쥐·토끼·개 등 실험동물들이 좋아하는 당근과 과일, 사료, 견과류 등을 제물로 차렸다.

강병철 센터장은 추도사에서 “동물실험을 하기 전에 가급적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실험이 없는지 고민하고, 실험을 계획하면 가능한 한 실험동물의 숫자를 줄이며, 동물을 취급하는 동안 동물의 고통이나 불안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실험의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실험동물의 고귀한 희생은 우리 연구자의 노력에 의해서 반드시 값지고 알찬 열매를 맺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