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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호 2019년 6월] 뉴스 기획

모교 전몰자비 만든 홍두승 명예교수 인터뷰

“작은 단서도 큰 도움…끝까지 찾아야죠”

사범대 교정의 참전 전몰자비를 살펴보는 홍두승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교육과 김명훈, 역사과 박동성 동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작은 단서도 큰 도움…끝까지 찾아야죠”
 
모교 전몰자비 만든 홍두승 명예교수
 
 
매년 6월 5일이면 모교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들이 아침 일찍 문화관 대강당을 찾는다. 국립현충원 참배에 앞서 서울대 출신 전몰자들에게 묵념을 올리기 위한 것. 대강당 로비 벽면엔 ‘서울대학교 재학생 한국전쟁 참전 전몰자비’가 있다. 홍두승(사회68-72)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96년 당시 교무부처장으로서 이 전몰비의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5월 22일 홍 명예교수와 함께 교내 추모비를 둘러봤다.

“개교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6·25전쟁에서 전사한 서울대 재학생들을 찾아내 명예졸업 증서를 수여하고 전몰비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졸업생 전몰자와 베트남전 참전 순국자까지 발굴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대상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한국전쟁 및 재학생으로 범위를 좁혔어요. 당시 보직교수 회의 때 저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사업을 진행하게 됐죠.”
 
범위를 좁혔다 해도 전몰 동문 확인작업은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학적부, 제적등본, 유족확인 등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하는데, 동문 확인의 기본이 되는 학적부조차 완벽히 신뢰하긴 어려운 것.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오면서 자료의 일부가 손실되기도 했고, 당시 재학생의 이름이나 소속학과 등이 잘못 기재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발굴사업 초기엔 약 1,200명을 목표로 했습니다.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학사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된 미등록제적자가 1,100명이 넘었거든요.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했을 것으로 추정했었죠. 1,100여 명의 명단과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부 약 15만명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확인된 재학생 전몰자는 단 한 명뿐이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서울대 출입 기자들의 힘을 빌렸습니다. 당시 15개 언론사 기자가 출입했는데 그중 7개사는 모교 출신이기도 했죠. 보도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의 제보를 받았고, 23명의 재학생 전몰자를 발굴해냈습니다.”
 
문화관의 전몰비엔 총 29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난 2010년 6·25전쟁 60주기를 맞아 모교는 ‘순국 동문 기념사업’을 추진했고, 추가 발굴된 재학생 전몰자 또한 전몰비에 새긴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1994년 육군본부에서 출간한 ‘학도의용군’에 따르면 모교 재학생 전사자는 총 38명. 문리대 1명, 사대 6명, 공대 10명, 약대 2명, 미대 1명, 법대 8명, 수의대 1명, 상대 2명, 농대 4명, 치대 2명, 의대 1명 등이다. 문화관 추모비에 새겨진 문리대 재학생 전몰자만 3명이어서 육군본부의 통계를 완전히 신뢰할 순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직도 많은 서울대 출신 전몰자들이 발굴을 기다린다는 것.
 
“김종우(공대)·김영식(상대)·김명철(농대)·이순택(농대)·한진영(문리대) 등 재학생 전몰자만 5명을 추가로 발굴해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한 지도 수년이 지났습니다.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잊지 않고 인구에 회자시키면 한 명이라도 더 발굴할 수 있습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장인 김세환 동문을 그렇게 찾았지요. 지금은 제법 체계화·전산화된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서 작은 단서라도 큰 도움이 되죠. 동문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홍 교수는 한편 ‘대한민국 군가합창단’ 단장을 맡아 2016년부터 매년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오는 10월엔 오스트리아\네덜란드\벨기에 등 한국전쟁 참전 및 지원국을 순방하며 특별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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