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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양극화보다 분열 치유가 먼저

윤영호 동아일보 전문기자 본지 논설위원 칼럼
느티나무 칼럼

양극화보다 분열 치유가 먼저


윤영호
사회복지81-85
동아일보 전문기자
본지 논설위원

“요즘 언론은 제대로 쓸 수 있나요?” 

최근 들어 나이 지긋한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최소한 권력의 개입이나 간섭은 없다고 말하면 곧바로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게 보도되지 않느냐”면서 처음 들어본 내용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대부분 현 정부를 공격하는 근거없는 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가짜 뉴스에 조심하라”고 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문빠(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가 아니냐?”며 힐난하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이미 정해진 답을 갖고 있는 이들에겐 합리적인 설명이 먹힐 리 없다. 심지어는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보다 더 언론계 속사정을 잘 아는 듯한 태도로 우기기까지 한다.

‘반대’쪽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법 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근 판사의 보복’.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난 대통령선거 댓글 공작 공범으로 판단하고 징역 2년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반응이다. 사법부 판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다. 

현 정부 지지자들은 이날 비슷한 취지의 글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했다. 이들은 1심 재판장이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공천 개입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릴 때만 사법부를 인정하겠다는 태도여서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는 어느 쪽이든 반대쪽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SNS에서 벌어지는 진영 간 싸움을 보면 거의 심리적인 ‘전쟁’ 수준이다. 경제적 양극화보다는 정치적 분열과 갈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서울대인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소한 서울대인이라면 합리적인 근거나 논리를 바탕으로 자기 주장을 해야 한다는 성숙된 자세는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국민 통합을 위해 서울대인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