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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2018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당신의 10계명은 무엇인가요

김광덕 미주한국일보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본지 논설위원 칼럼
느티나무칼럼

당신의 10계명은 무엇인가요



김광덕 
정치82-86
미주한국일보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본지 논설위원 

“자신의 10계명을 갖고 있나요?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요?” 

최근 과로로 사망한 30대 검사의 ‘10계명’이 잔잔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신의 좌우명이나 10계명을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초 새벽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상돈 검사(35)가 과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는 숨진 남편의 낡은 수첩 안에 적힌 ‘Mind setting’(마음가짐)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사하자 감사하자, 그리고 겸손하자’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지내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자’ ‘일은 열정적이며 완벽하게 하자’…. 본래 십계명은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셨다는 열 가지 계명이다. 모세의 십계명에는 종교적 내용 외에도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이웃에 대해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등이 담겨 있다. 

젊은 검사의 10계명을 읽으면서 ‘나의 10계명은 무엇일까’하고 생각해봤다. 나는 10계명을 수첩이나 노트에 따로 정리한 적은 없다. 다만 가훈과 좌우명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 중에 가장 즐겨 쓰는 사자성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갈등과 대립이 많은 사회이다. 조선시대 때 당쟁이 끊이지 않았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남북 분단이 고착화됐다. 역지사지하면서 ‘똘레랑스’(관용)를 실천한다면 사회의 이념·지역·계층·세대 갈등뿐 아니라 여야와 남북 대립도 완화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여야 정치권은 역지사지가 아니라 ‘아전인수(我田引水)’ 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행태를 보이면서 싸워왔다. 

또 내가 즐겨 쓰는 문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일이 잘 풀릴 때에는 ‘좋은 시절도 결국 지나가는 것이니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힘든 시기도 결국 지나갈 것이니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도 좋아하는 말이다. 인간 관계와 정치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기 때문이다. ‘범사에 감사하자’도 늘 챙기는 경구이다. 동문 여러분들도 자신의 10계명을 실천하면서 이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가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