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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2018년 6월] 뉴스 기획

볼펜 공장, 소아 병원, 씨 돼지…남북 평화 디딤돌 놓다

남북 민간교류 앞장서는 동문

볼펜 공장, 소아 병원, 씨 돼지…남북 평화 디딤돌 놓다

남북 민간교류 앞장서는 동문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과 번복 그리고 재추진, 숨 가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서울대 동문들이 있다. 정의용(외교64-68) 청와대 안보실장, 서 훈(교육75-80) 국가정보원장, 조명균(행대원79-87 본회 부회장) 통일부장관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터. 이에 본지는 민간에서 남북교류에 힘써온 동문들의 활약을 짚어봤다.


권근술, 30여 년간 북한 어린이 도와

“우리 아이들이 10년, 20년 후에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적대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권근술(정치61-68) 전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 이사장의 이러한 신념하에 설립된 사단법인 어깨동무는 북한에 대기근이 들었던 1996년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3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남북관계의 숱한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남북 어린이 교류와 대북 지원사업에 앞장서왔다.

쌀과 의약품, 분유 등을 꾸준히 지원하는 한편 평양과 원산 등 다섯 곳에 두유공장을 설립,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04년엔 설사와 영양장애 어린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지었으며 유성볼펜과 샤프펜슬을 생산하는 ‘평양어깨동무학용품공장’ 건립을 지원했다. 권 동문은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은 언젠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인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열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은 분단시대 어른들의 의무”라며 국내 평화교육에도 힘썼다. 서울을 포함 수도권 일대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 순회 평화강연을 펼쳤던 것. 이를 통해 5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통일의 당위성과 한반도 평화의 소중함을 깨우쳤다.


신희영, 대북 의료지원 사업 앞장

모교 의대 통일의학센터 센터장인 신희영(의학74-80) 연구부총장은 대북 의료지원 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어린이어깨동무병원, 2006년 장교리 인민병원, 2008년 평양의대 소아병동 건립과 2009년 남포소아병원 개보수 현장에서 북한 의료 인력을 직접 교육했다.


2017년 2월 ‘국회지구촌보건복지포럼’ 강연에선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이라는 기존 개념에서 탈피해 ‘통일준비 투자개념’을 제창, 대북 의료지원 및 남북 보건의료 R&D가 통일 후 10년간 매년 4조원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보건의료 예산을 감액시킬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18일 열린 ‘한반도 과학기술·ICT포럼’ 강연에선 “노벨상 수상도 가능한 아이템이 북한엔 굉장히 많이 쌓여 있다”고 말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70년간 고립을 이어온 폐쇄적 사회인 탓에 지금은 사라진 감염성 질병이 만연해 있는 반면 아토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발견되지 않는 것. 북한 보건의료 환경의 특수성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에 뜻밖의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동문은 또 “제대로 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하나만 개발해도 통일비용의 일정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효용성 또한 강조했다.


윤희진, 북에 국내 첫 종돈 돼지 분양

‘축산업의 대부’로 불리는 윤희진(축산63-67) 다비육종 회장은 농축산 분야 교류와 새터민 청년 지원 등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동문이다.


윤 동문은 2005~2007년 통일농수산사업단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최초로 북한에 종돈을 분양했다. 당시 북측은 이를 ‘월북돼지’라 부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핵실험과 동시에 사업이 중단됐지만 북한 실정과 통일에 대한 생각이 윤 동문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박세일 교수, 이동원 분당 지구촌교회 원로목사 등의 통일 관련 강연을 들으며 새터민 지원 사업에 몰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겨레얼학교와 한꿈학교를 돕는 취지로 1억원을 기부하고, 그가 이사로 있는 일가재단에 통일장학위원회를 조직해 탈북학교와 새터민 대학생들의 학업, 취업, 창업을 도왔다. 몇몇 졸업생들에게는 농장 일을 가르치고 터전을 마련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양계업으로 성공을 거둔 알푸드(R FOOD)의 새터민 청년 4인방이 대표적인 예다. 윤 회장은 “통일이 되면 이들이 북에 가서 축산기술을 전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북한은 1차 산업 기반으로 우선 성장하며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축산업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분야”라고 했다.


김귀곤, DMZ세계평화공원 구상 제시

김귀곤(임학63-67) 코리아DMZ협의회 상임대표는 2000년부터 7년 동안 친환경적 남북철도 연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우리나라 대표 생태학자다. 2007년 5월 17일 오전 남측 제진역에서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청년역까지 가는 열차에 직접 탑승하기도 했다. 김 동문은 11년 전 그날을 회상하면서 “꿈만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동문은 당시 ‘DMZ 남북연결 철도·도로 환경생태공동조사단’의 단장으로서 환경영향 조사와 함께 친환경 공법 조언, 생태계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철도연결 공사기간인 2000년부터 2005년에는 매달 공사구역을 출입했으며 공사가 끝난 뒤엔 사후 모니터링을 위해 분기마다 한번씩 해당 구역을 다시 찾는 등 그의 표현에 따르면 “DMZ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철도 개통으로 인한 환경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태 다리와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했으며 습지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땐 노선을 변경했을 뿐 아니라 대체 습지를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2014년엔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제시했다.



염무웅, 남북 언어 이질감 해소 위해 노력

문학평론가로 명성이 높은 염무웅(독문64졸) 영남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지난 5월초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사전으로 2005년 편찬위원회를 결성, 현재까지 스물다섯 차례의 회의를 거쳤지만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었다.


2016년 북한 핵실험으로 중단됐던 편찬사업이 최근 ‘판문점선언’을 기점으로 재개된 것. 등재단어는 총 33만여 개로 남북이 반씩 뜻풀이를 맡았으며 현재 남측 뜻풀이는 완성됐고 북측도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라 서로 확인하는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종이사전으로 편찬되기에 앞서 이르면 내년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든 문학지 ‘통일문학’이 다시 발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일문학은 ‘6·15민족문학인협회’의 기관지로 2008년 2월 창간 이후 6개월마다 한 권씩 2009년 3월 3호까지 발간됐으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그러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측에서 다시 만들자고 제안해온 상황. 염 동문이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회장단의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주어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경태 기자



▽ 연관기사: 모교 통일평화연구원 탐방 '33개 학내 통일 연구 기관 하나로 묶었다' 

http://snua.or.kr/magazine/view.asp?seq=13910&gotopage=1&startpage=1&mgno=&searchWord=&mssq=02006000


연관기사: 임경훈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인터뷰 “국민 통일의식 우리가 가장 잘 안다”

http://snua.or.kr/magazine/view.asp?seq=13911&gotopage=1&startpage=1&mgno=&searchWord=&mssq=0200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