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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017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여자들만의 축구리그 ‘샤컵’을 아세요

이지현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이사장


이지현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이사장

여자들만의 축구리그 ‘샤컵’을 아세요



빠듯한 예산에도 6년째 대회 개최


서울대여자축구부가 만든 아마추어 축구대회가 전국의 모든 여대생들이 즐기는 축제가 됐다. 2012년 시범대회를 포함해 올해로 6년째 개최되고 있는 ‘샤컵’이 그것. ‘샤’는 모교 정문의 조형물을 보이는 대로 읽은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K리그컵’이 지난해 없어졌고 ‘실업 강호’ 이천대교가 최근 해체되는 와중에도 샤컵은 참가를 희망하는 팀이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선착순으로 참가팀을 끊어야 했다. 서울대여자축구부의 창단멤버이자 샤컵을 현재 위치로 끌어올린 이지현(체육교육08-13)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이사장을 지난 10월 27일 관악캠퍼스 신체육관에서 만났다.


“샤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회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심판들이 휘슬을 잡고 정식규격 경기장에서 시합하기 때문에 축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요. 골이 터지면 흥겨운 음악과 함께 득점선수의 이름이 울려 퍼집니다. 뿐만 아니라 휴식을 겸해 8강전에 앞서 20분, 결승전에 앞서 20분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져도 즐거운 대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샤컵은 축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경기운영에 공을 들이는 한편 탈락한 팀도 함께 즐기는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축구 관련 퀴즈를 맞히거나 재밌는 아이디어를 보내온 참가자에게 경품을 증정하고, 성적에 상관없이 참가선수들과 자유롭게 인터뷰를 가진 후 페이스북에 영상을 업로드한다. 응원댓글 경연 이벤트는 대회 개최 전부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올해엔 프로축구 선수 이민아, 이세은과 함께 자선이벤트도 마련했다. 공을 차 홀에 넣은 수만큼 상금이 올라가고 액수가 최종 결정되면 소아암재단에 기부하는 식이다. 풋볼하우스 등 축구를 사랑하는 비영리단체들과 힘을 모아 7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여자 축구선수들은 늘 대회에 목말라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뛰는 경기도 즐겁지만 대회에 나가 다른 팀 선수들과 뛰는 즐거움은 또 다르거든요. 샤컵도 그러한 갈증을 풀기 위해 저희들 스스로 만든 자구책이었죠. 처음 대회를 준비할 땐 30곳 넘는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넣기도 했어요. 남자 축구팀의 공을 빌려 연습했던 창단 초기에 비하면 지금은 체계가 잡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 이사장은 현물 대비 현금 후원이 저조한 점을 대회 운영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물품 협찬도 소중하지만 정식 심판과 응급차를 준비시키려면 돈이 드는 게 엄연한 현실. 8개 팀에서 12개 팀으로 참가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경기도 많아져 15만원 받던 참가비를 올해 18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대회 운영은 여전히 빠듯하다. 9월에 열리는 샤컵을 위해 5월부터 여자축구부원들이 대회를 준비하는데 식비로 쓸 활동비조차 지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이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모두 자원봉사를 하는 셈.” 대회에 목말라 할 만큼 축구를 즐기는 여대생이 많은데 샤컵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일부 대회는 없어지기까지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스포츠 문화의 정착이 아직도 미흡하다고 짚었다.


“여자 축구의 저변은 이미 넓습니다. 저희 연맹에 등록된 아마추어 여자축구팀만 34곳이에요. 전국적으로 40개 팀이 활동하고 있죠. 그러나 기업에선 아마추어 대회는 물론 프로 대회에도 후원을 꺼립니다. 대회를 운영하는 각종 협회와 단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죠. 축구 전용구장 설치 등 더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요.”


학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모교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이지현 이사장. 서울 사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했으니 체육교사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안정적이고 여자 직업으로 선호도가 높은데 왜 굳이 다른 일을 하려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교사로 봉직하는 것도 충분히 뜻 깊고 보람된 일입니다. 개인적인 선택의 차이일 뿐이죠.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즐겁습니다. 학과 선배님 중엔 대한체육회 등 공공기관이나 사기업 쪽에서 스포츠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도 계세요. 넓은 의미에서 모두 학과 발전과 체육교육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은 한국 여대생의 스포츠 및 축구에 대한 참여와 건강한 스포츠 문화의 발전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올해 양구 국토정중앙기 및 샤컵을 후원했고, 11월 인천대 총장배 대회를 주관할 예정이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