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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17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결선투표제를 허하라

윤영호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본지 논설위원


결선투표제를 허하라


윤영호(사회복지81-85)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본지 논설위원



이미 국민적 요구가 된 이번 개헌의 키워드는 분권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금보다 더 큰 권한을 넘겨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현행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감사원도 국회 소속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회가 명실상부한 정치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이 대통령 못지않게 크다는 점이다. 특권의식과 부정부패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국회의원, 당리당략에 매몰돼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정당…. 여의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분권형 개헌에 앞서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핵심은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경쟁이다. 경제학은 경쟁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킨다면서 이를 촉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경쟁 역시 국민의 선택 폭을 넓히고 국민 편익을 증진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에서 원래 의미의 경쟁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특정 지역을 독점적 기반으로 삼으면서 정치를 지배해 온 거대 양당이 버티는 한 경쟁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경쟁이라고 해봐야 고작 지역감정 조장,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 막말 경쟁 같은 네거티브 전략 정도뿐이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적 경쟁을 활성화하려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대통령선거제부터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는 경우 상위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결을 보장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정한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점일 것이다. 가령 1차 투표에서 인신공격이나 막말 선거로 일관한 A후보가 1등을 하고, B후보가 2등을 했다고 가정하자. A후보의 공격을 받은 3등의 C후보자가 2차 투표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A후보를 절대 찍지 말라고 당부하리라는 점은 불문가지. 네거티브 선거의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결선투표는 선거 관리 비용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역시 단판 결선투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유권자에게 선호하는 2명의 후보를 순위대로 기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1선호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는 경우 상위 두 후보자를 제외한 후보자들의 표에 나타난 제2선호를 상위 두 후보에게 추가해 과반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 투표 한 번에 결선투표까지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훨씬 많다. 거대 양당이 기득권만 버린다면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정당이 중심이 된 국회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