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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017년 3월] 뉴스 본회소식

새터민 장학생 남매 “자랑스러운 인재 되어 사회에 보답”

제1학기 장학금 수여식 : 613명 장학생에게 전한 ‘온기’ 17억6,000만원


서울대총동창회는 지난 2월 21일 모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1학기 장학금 수여식을 열고 장학생 613명에게 17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수여식 후 장학금을 지원한 동문들과 장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새터민 장학생 남매 “자랑스러운 인재 되어 사회에 보답”

613명 장학생에게 전한 ‘온기’ 17억6,000만원


“인천공항에 처음 도착한 것은 2012년 3월 23일이었습니다. 그처럼 동경하던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첫 발을 딛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수연(가명·의학14입) 양은 늘 마음속에 그날을 되새긴다.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탈북에 성공해 남한에 처음 왔던 날이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이 양은 서울대 의대에서, 남동생 이준영(가명) 군은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나란히 공부하고 있다. 이 양 남매는 서울대에 합격해 다니는 최초의 새터민 남매이자, 입학 첫 학기부터 지금까지 본회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온 인재들이기도 하다.


서울대 입학 후 이 양 남매의 든든한 후원자는 총동창회다. 모교에서 등록금을 지원받는 이 양 남매에게 본회는 별도의 학업 장려금을 지원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대학 문턱을 넘은 학생들이 학업과 생활을 병행하는 난관을 겪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이 양은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장학금을 지원해 주신 선배님들의 숭고한 뜻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총동창회 장학금을 받으면서 서울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자랑스러운 동문 선배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감사를 전했다. 또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항상 서울대 동문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에서 태어난 이 양 남매는 공학 교수였던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아래 유복하게 자랐다. 어머니의 의학 서적과 옷자락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소독약 냄새가 익숙했던 누나 이 양은 생명을 구하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고, 동생 이 군은 공학자인 아버지의 지인들과 전공 서적을 접하며 공학도의 꿈을 키웠다. 가족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것은 북한 사회가 엘리트 계층마저 생계 유지에 곤란을 겪는 수준으로 접어들면서였다. “사람답게 살아보자”며 탈북을 감행한 지 두 번째 만에 성공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남매는 꿈을 향해 내처 걸었다. 청소노동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의 헌신이 뒤에서 밀어주고, 지역사회의 온정어린 손길이 앞에서 끌어줬다. 신변 보호를 담당한 경찰과 동네 입시학원 원장, 교회 목사 등은 남매가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입시 정보를 알아봐주고 지원 요건인 추천서와 봉사활동 기회까지 꼼꼼히 챙겨줬다.

이에 부응하듯 이 양 남매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오로지 공부만” 했다. 이 군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곧장 동네 독서실로 향해 독서실 사장이 수능 전까지 무료로 내준 자리에서 새벽까지 공부했다. 학교에서도 수줍음을 타기보다 항상 손을 들어 발표하고 끈질기게 질문해 궁금증을 풀고야 마는 학생이었다.


결국 2014년과 2015년 남매는 연이어 서울대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쁨과 함께 두 사람은 첫 탈북 시도 중에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이 양 남매는 이제 모교에서 부모님의 뒤를 잇는 의학도와 공학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준영 군은 로봇 하드웨어 분야, 특히 재난구조 로봇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군은 “무언가 만들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공학의 매력”이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장학금을 비롯해 사회적인 배려를 많이 받았다. 훗날 부를 동반한 성취를 누릴 수 있다면 꼭 장학 사업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1학기 본회는 이 양 남매를 비롯해 시각장애인,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포함한 613명의 장학생에게 총 17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일반장학생과 특지장학생, 결연장학생(151명) 등에게 한 학기 등록금과 학업 장려금을 지급했다.


본회에 특지 및 결연 장학금을 출연한 동문들이 장학생 후배들에게 직접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격려하기 위해 지난 2월 21일 열린 1학기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서정화 회장은 “선배들의 성원과 지원이 세상을 향한 후배들의 발걸음 아래 긴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연장학생 151명 포함
외국인, 시각장애인 등 지원


지난 2월 21일 모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수여식에는 서정화 회장과 성낙인 총장을 비롯해 특지장학금과 결연장학금을 출연한 동문들, 장학생과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수여식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큰 걱정을 덜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장학생은 “차상위 계층으로 등록금은 지원받고 있어 매월 30만원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동창회 장학금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2개씩 했던 아르바이트를 하나로 줄이고 더 많이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은 그는 “졸업 후 자리 잡으면 꼭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김유경(수의학13입) 양은 “생각보다 수여식 규모가 커서 놀랐다”고도 했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단과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은 단비와 같다. ‘김종섭 특지 장학금’을 받은 백상열(동양화14입) 군은 “미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ROTC 후보생이라 아르바이트가 쉽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셨다”며 “좋은 화가가 돼 장학금을 출연해 주신 김종섭 선배님과 동창회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음대 재학중인 김희영(국악과 석사) 양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서 장학금을 받고 싶다”면서 “한편으론 같이 공부하는 선후배 동기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3학년인 김기석(경영12입) 군은 “장학금은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사회인이 되라는 선배님들의 소중한 격려”라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받는 혜택이므로 사회에 나가 돈을 벌게 되면 선순환에 동참하려고 한다. 졸업 후 빅데이터 관련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성낙인 총장이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성 총장은 “오늘 선배님들이 베풀어주신 온기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받았던 고마운 사랑과 은혜를 20년, 30년 후 후배들에게 베풀어달라”고 당부했다.



매 학기 장학금 수여식은 본회에 특지장학금과 결연 장학금을 출연한 동문들이 참석해 지극한 후배 사랑을 표현하는 자리다. ‘명태현 특지장학금’으로 1억원을 출연한 명태현(기계공학46-50) 전 송원기업 대표는 구순이 넘 는 나이에도 최고령으로 참석해 장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장학증서를 건넸다. 장학금을 출연한 동문들은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짧은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애정어린 격려를 건넸다.


‘김종기 특지장학금’을 출연한 김종기(생물교육51-55) 양지학원 이사장은 수여식이 끝난 후 장학생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첫 장학금을 받는 17학번 신입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어색하지만 대학 생활의 설렘 가득한 장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김 동문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날 임광수 명예회장, 조필제 고문, 곽영필·김찬숙·홍성대·강인구·정팔도 부회장, 재단법인 관악회 김병순 이사를 비롯해 명태현 전 송원기업 대표, 김종기 양지학원 이사장, 성백전 한국해외기술공사 대표, 이상범 변호사, 권영대 덕홍상사 회장, 정윤환 일성화학 대표, 박호전 삼덕 회장, 임국환 보건대학원동창회장, 정충시 세진에이엠 대표,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박희망 남성정밀 회장, 정팔도·이자행 특지장학회 이자행 여사, 고문한 양천장학회 상임이사, 유재학 대덕전자 감사, 지종립 앰코테크놀로지 상무, 박남식 운촌문화사상연구회 회장, ‘김종헌 특지장학금’ 출연자 가족 등이 참석해 장학금을 수여했다.


<특지 장학금 명단 3면 참고>


이날 서정화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들은 선배들이 자신의 성취를 나눠 모교와 후배들을 지원하고, 사회에 진출한 후배들이 동문의 일원으로 합류해 다시 그 후배들을 지원하는 ‘지성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선배들의 성원과 지원이 세상을 향한 후배들의 발걸음 아래 놓인 긴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러분들의 성취가 다시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으로 비춰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장학생들은 “총동창회 장학금이 후배들의 꿈을 이루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졸업 이후 장학사업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내용의 ‘장학금 선순환 서약’을 했다.


박수진 기자




임광수 특지장학금 수여



홍성대 특지장학금 수여


김찬숙·오동영 특지장학금 수여


곽영필 특지장학금 수여



권영대 특지장학금 수여



박호전·김영희 특지장학금 수여



정팔도·이자행 특지장학금 수여


이날 장학생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장학금을 마련해준 동문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총동창회 장학금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졸업 이후 장학사업 대열에 참여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