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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7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폐지론 유감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폐지론 유감



김진국(정치78-85) 중앙일보 대기자,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언론인 모임이 있다. ‘관악언론인회’. 필자가 그 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후배들에게 참석해달라고 하면 “저는 그 모임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서울대 졸업생마저 끼리끼리 모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학연·지연·혈연은 큰 문제다. 때문에 우리는 이익집단이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서울대 폐지론’은 납득하기 힘들다. 올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공약으로 다시 꺼냈다. 그는 “국공립대학교 통합캠퍼스를 구축해 교육과정과 학사 관리·학점을 교류하고, 학위를 공동으로 수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지방 국공립대를 통합해 같은 졸업장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열화가 사라질까? 고려대·연세대가 서울대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을까? 상향평준화가 가능할까? 교양강좌야 그렇다 치고, 전공 과정 교육이 가능할까? ‘서울대 폐지론’과 함께 끊임없이 제기된 의문들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선거철에만 반짝 나왔다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대 폐지론은 1996년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처음 제기했다.

"국제경쟁력 갖춘 인재 양성, 지도자의 도덕적 의무감 새기는 교육 절실"

노무현 대통령이 그것을 공약으로 채택해 한동안 논란이 됐다. 사라지는가 했던 그 논란은 그 뒤에도 민주당과 민노당이 수시로 꺼냈다. 박 시장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7일 다시 ‘국공립대학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결국 박 시장과 같은 내용이다. 문 전 대표는 “서울대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지방 국공립대학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겠는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꺼내면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서울대의 부정적 이미지 탓이 크다. 서울대에는 국가적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 법인화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대학에서 불평하는 이유다. 그만큼 서울대 졸업생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크다. 우리 스스로 그런 기대에 맞게 행동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울대를 없앤다고 그런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세계는 4차혁명 시대다. 그야말로 기술경쟁의 시대다. 그 승패는 교육과 연구에 달려 있다. 유행어처럼 정말 ‘무엇이 중헌가?’ 국제경쟁력이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지도자가 될 사람들에게 도덕적 의무를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런데 먼지 쌓인 레코드를 꺼내 표만 저울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