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호 2024년 9월] 뉴스 모교소식
서울대 진학, 학생 잠재력보다 어디 사느냐가 영향
한국은행 보고서 발표 강남 3구 고교 출신이 12%
서울대 진학, 학생 잠재력보다 어디 사느냐가 영향
한국은행 보고서 발표
강남 3구 고교 출신이 12%
서울과 비서울 지역 학생의 모교 진학에 ‘거주지역 효과’의 영향이 92%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화제다. 8월 27일 모교 국가미래전략원과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설명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8년 서울대 입시에서 일반고 학생의 진학률의 지역별 격차에 주목했다. 2018년 모교 입학생 중 서울 출신 일반고 졸업생 비중은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 일반고생의 경우 모교 진학생의 12%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 격차를 ‘학생의 잠재력’으로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학생의 잠재력을 추정하는 공식은 김세직(경제79-83) 모교 교수의 선행 연구에서 △부모 소득 분포 △부모 소득과 지능 간 상관관계 △부모 지능과 자녀 지능 간 상관관계를 이용해 학생의 잠재력(지능) 분포를 추정하는 방식을 참고했다. 이를 활용해 학생 잠재력을 기준으로 지역별 가상의 서울대 진학률을 산출하고 실제 진학률과 비교했다.
그 결과, 서울 지역은 비서울 지역과 달리 잠재력 기준 진학률 추정치와 실제 진학률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의 잠재력은 서울과 비서울 간 모교 진학률 격차의 약 8%만을 설명할 뿐, 나머지 92%는 잠재력 이외의 요인인 ‘거주지역 효과’로 분석됐다. 즉, 가난하지만 잠재력 높은 지방 학생보다 평범하고 부유한 서울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더 많이 받고 있었다. 같은 서울 내에서 ‘강남 3구’와 서울대 진학률이 뚜렷이 높지 않은 익명의 구를 비교해봐도, 강남 3구의 잠재력 기준 모교 진학률은 익명 구의 1.3배에 불과했지만 실제 진학률은 8.2배 차이났다. 부모의 경제력과 학원 인프라 등 지역별 사교육 환경의 차이로 잠재력 있는 지역 인재를 놓치는 ‘잃어버린 인재’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같은 분석을 한 것은 과도한 입시 경쟁과 교육불평등 심화가 집값 상승, 수도권 인구집중 등 사회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2002년 정운찬 전 모교 총장이 제안한 ‘지역 할당제’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당시 역차별 논란 등을 거쳐 모교는 지금의 지역균형전형을 마련했다.
보고서는 “현재 서울대의 지역균형전형 등 일부 대학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이를 입학정원 대부분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낙인효과가 적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기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