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66호 2017년 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대한민국 새 틀 짜기와 서울대인 역할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대한민국 새 틀 짜기와 서울대인 역할


이계성(정치77-81) 한국일보 논설실장·본지 논설위원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 책임론과 관련해 고위공직에 있던 서울대 동문 이름이 여럿 오르내렸다. 근본적 책임이야 헌정 개념을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에게 있다. 그러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뒷받침한 주요 인사 중에 서울대 동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의 일탈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부끄럽고 가슴 아파해 하는 동문들이 주변에 적지 않았다. ‘이러려고 서울대를?’ ‘부끄러운 서울대인’과 같은 자괴감 서린 모교 출신 언론인들의 글에 공감하면서도 민망한 기분을 어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서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서울대 출신들은 우월한 지위를 누리려 할 뿐 책임지고, 때로는 손해도 감수할 줄 아는 공동체 의식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울대 출신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물론 각 분야에 진출한 서울대인 다수는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며 우리 사회를 위해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의 부끄러운 일탈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서울대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신뢰와 기대가 높은 만큼 중요 직책에 있는 동문일수록 늘 스스로를 돌아보며 처신과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향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들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새 틀 짜기를 주도해갈 리더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국민의 그런 여망에 부응하고자 자천타천으로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동문 정치인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유력한 주자로서만이 아니라 대선캠프의 핵심 브레인으로, 조직활동가로도 새로운 리더십 창출 과정에 많은 서울대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 동문들을 적극 지지하고 성원하면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어느 때보다 정당과 정파의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어지럽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원칙과 소신 없이 목전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곳저곳 기웃거리면 기회주의자나 정상배로 지탄받기 십상이다. 벌써 일부 동문 정치인들은 구설을 타고 있다. 당장은 세에 밀리고 손해를 보더라도 민심과 시대정신을 정확히 꿰뚫고 곧게 나아가는 동문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그런 소신 있는 동문 정치인들이야말로 묵은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틀을 짜가는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