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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016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청년이 낙망하면 나라는 망한다

양질의 일자리 기업의 발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청년이 낙망하면 나라는 망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기업의 발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이용식(토목공학79-83) 문화일보 논설주간·본지 논설위원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습니다. 오늘의 환경은 사회 도덕 방면으로든지 경제 방면으로든지 모두 심히 어렵습니다. 낙망할만한 처지에 있는 오늘의 청년은 특별히 인내력을 길러야 되겠습니다.”


요즘 청년 세대를 향한 메시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실은 9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글이다(‘동광’ 19271월호). 청년 세대의 취업난이 그 만큼 심각하다.


동창신문 독자들에게 청년 실업은 퍼센트(%)의 문제일 뿐, 실감이 어려울 것이다. 혹 자식들 문제로 간접 경험할 수는 있겠다. 동창신문의 변신과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30, 40대는 물론 재학생 중에도 동창신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독자는 50대 이상으로, 경제가 쉼 없이 팽창하며 달려 나가던 외발자전거 시기의 주역들이니, 서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걱정하는 현실은 딴 나라 얘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단지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산의 청년의 낙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필자는 직업적 특성상 여러 분야의 얘기를 많이 듣는데, 직종과 직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대개 비슷하다. 필자 스스로도 기자 채용 면접 때마다 느낀다. 모교 출신도 꽤 많다. 이런 학력과 능력, 경험(연수, 인턴에다 스펙’)을 갖추고도 취업 재수·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들은 요즘 같으면 우리 누구도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하곤 하는데, 결코 농담이 아니다.


취업 걱정이 앞서면 청년의 기()는 약해진다. 질풍노도의 인생기에 가져야 할 야망, 사회에 대한 고뇌 등을 놓치게 된다. 얼마 전 필자 또래의 일본 언론인에게서 한국이 부럽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우리 세대에 비해 유약하고, 도전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외국 유학은 고사하고 해외여행도 회피할 정도라고 했다. 앞다퉈 해외 연수나 배낭여행을 떠나는 한국 대학생들이 경이롭다고 했다. 청년의 결기를 위해 한국의 징병제가 부럽다고도 했다.


청년의 꿈과 열정은 오늘보다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자리에 과도하게 목메지 않아도 되도록 유능한 인재, 양질의 일자리, 좋은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배 세대로서, 부모 세대로서, 기성 세대로서, 기득권 세대로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