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57호 2016년 4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펴낸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3년 연속 대규모 선거 스타트정치·문화 변혁의 중요성 역설

화제의 책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부산대 석좌교수
<21세기북스·16,000원>


리더는 많지만 리더십 없어…시민 주인의식 절실

3년 연속 대규모 선거 스타트정치·문화 변혁의 중요성 역설


최근 20대 총선이 치러졌다. 선거를 치르기 불과 42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고, 테러방지법 상정과 필리버스터 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회의원 후보들을 차분히 살필 수 없게 됐고, 당 색깔만 보고 투표하도록 내몰렸다. 결국 기존 정당·기존 정치인에게는 유리하지만, 민의가 온전히 반영됐다고 말하긴 힘든 선거가 치러졌던 것이다.


이러한 시국에 김형오(외교67-71·사진) 전 국회의장이 펴낸 책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김 전 의장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리더는 많은데 리더십은 없는 나라’로 규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의 복원’과 ‘리더십의 회복’을 제시한다.


즉, 대한민국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아니듯이 ‘못난 척’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되어서도 안 된다며, 이러한 세력들을 다독이며 포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때로 나무랄 수 있어야 정치가 바른 길을 잡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리더십에 있어서는 법조·경제·노동·교육·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시대의 지도자를 찾지 못해 개탄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선거 때가 되면 국가·사회·지역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고 공언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리더가 절실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비전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섭렵하면서 살피고 있다. 동시에, 구시대적·권위주의적·비민주적 리더십이 판을 치는 현실을 차갑게 진단하고 아프게 꼬집는다.


또한 민주적 리더십 구현의 토양이 되는 정치 구조와 문화의 변혁에 대해서도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주인의식이 부족한 국민은 중우정치·선동정치의 표적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의 각성된 의식이 정치 변화의 전제가 된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총선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전국 규모의 선거가 치러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선심성 공약의 남발과 선거 과열, 그에 따른 국론 분열과 정국 요동 속에서 유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판단, 슬기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는 것. 이 책은 그런 염려를 담고 발간하게 됐다고 말한다. 언론 기고문이 많이 수록된 이 책은 그 영향으로 번문욕례를 피해 문제의 핵심에 바로 접근하고 있으며, 원고마다 말미에 저자의 코멘트를 덧붙여 집필 동기나 글의 요지, 에피소드, 오늘의 시사점, 향후 전망 등을 담았다. 그는 이 책을 두고 ‘사색하고 고민하며 반추를 거듭한 끝에 나온 글들’이라며 ‘우리 정치의 갈 길과 미래 찾기에 작은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기대와 소망을 감추지 않았다.


1992년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14대부터 18대까지 지역구에서만 내리 5선을 한 김 전 의장은 국회 상임위원장과 제1야당 사무총장·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현재 책을 벗 삼으며 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비잔틴 멸망사를 두 제국 군주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춰 쓴 ‘술탄과 황제’로 문단과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으며, 1999년 수필가로 등단해 ‘돌담집 파도소리’,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등의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