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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호 2023년 3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 편한 삶과 결별할 때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의학04-10)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더퀘스트


정희원 동문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화제를 모으며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교보문고 3월 기준)에 진입했다. ‘가속노화’란 개념을 상기시키며 젊은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건강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정 동문은 서문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의료소비자에서 건강의 주체로 다시 서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매일 피곤하며 치매가 생긴 것 같다면, 가속노화를 의심해야 한다. 하루에 24시간만 가는 시계와 달리 어떤이는 하루에 28시간, 36시간, 48시간씩 늙어가고 있을 수 있다.

정희원 동문은 실제로 진료실을 찾아오는 젊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현대인의 가속노화를 경고하며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먹고 쉬고 움직이는 방식을 꼽았다.

현대인은 초가공식품에 중독되고 신체활동이 낮아 체내에 에너지가 과잉으로 쌓이고 있다. 게다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 뇌는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 결과 건강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의료비 지출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이대로 간다면 길고 고통스러운 노년을 피할 수 없다.

정 동문은 “노화의 속도를 정상화하기 위해 편하기만 하려는 삶의 방식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중 가장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결정적인 것이 4M 건강법이다. 이동성(Mobility 신체기능·활동·운동),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삶의 목표 설정)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식습관·건강관리·의료), 마음 건강(Mentation 정서·인지·회복). 바로 노인의학계에서 주목하는 4가지 분야의 내재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내재역량이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개념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질병 유무, 운동시간 등 가시적인 건강지표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 인생의 목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를 모두 고려한다. 결국 삶의 요소를 다면적으로 관리해야 건강한 나이 듦이 가능하다.

정 동문은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건강정보들이 지나치게 단편적인 사실에 집중돼 있어, 삶 전체를 조망하고 개선하기 위한 전략서가 필요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며 “이 책을 통해 번뇌와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우리를 현혹하는 건강식품과 보조기구 등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내 몸에 득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 동문은 의대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됐으며, 내과 전공의 시절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노인의학 학술지 ‘AGMR’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