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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2024년 6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제22대 국회 동문 의원들께 바람

안도경 모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사회과학연구원 원장
 
제22대 국회 동문 의원들께 바람



안도경 (정치85-91)
모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모교 사회과학연구원 원장


정치적 리더십 6가지 요소 중
소통능력·감정지능 가장 중요

 
제22대 국회에 동문 당선인이 107명이라고 한다. 총동창회의 큰 자랑이다. 당선자들에게는 큰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당선을 축하하고 협력의 정치를 부탁하는 글을 쓰려는 순간에 헌정사 초유의 야당 단독 국회 개원 소식을 듣는다. 여당은 야당에, 야당은 여당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동문 초선의원들도 마찬가지일까? 정당정치, 즉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결집하여 복수의 정당이 선거로 경쟁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필수다. 정당 소속 정치인에게 자기 정당의 당파적 관점을 버리라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자기 정당의 가치와 관점만이 정치적 판단과 행동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간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당칠국삼, 정당의 입장이 칠이고 국가적 관점에서의 고려가 삼이라도 된다면 민주주의가 웬만큼은 굴러갈 것이다. 

 국내외의 큰 정치인들은 최소 당칠국삼이나 당오국오, 때로 국가적 중대사에서는 나라를 먼저하고 당과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뒤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치인들은 오래 그 이름을 남긴다. 요즘은 나라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를 십에 일이라도 하는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이익이 당의 이익이고 당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이라는 자기최면에 빠져서, 정치학의 모든 교과서가 말하는 좋은 민주정치와 정반대의 행태를 하면서도 스스로 진리와 정의의 투사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번 학기에 강의하는 정치학원론의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21세기에 세계적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다듬어진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은 다음과 같다. 좋은 정치질서는 서로 보충하면서 또한 상충하여 긴장하기도 하는 정치적 가치 간의 조화와 균형을 필요로 한다. 그 첫째는 대의민주주의적 가치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책임정부가 구현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두 주 전인 2022년 2월 4일, 푸틴과 시진핑은 북경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공동선언은 민주주의에 다양한 형태가 있고, 러시아와 중국의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는 러시아와 중국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 개인과 자발적인 결사체에 광범위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자유의 원리는 파시즘, 공산주의,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를 겪으면서 인류가 피로 얻은 귀중한 교훈이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서게 한 경제와 문화적 성취의 원동력이다. 공익을 명분으로 쉽게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법치주의로 공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힘과 자원, 공적인 권위의 중심에 서는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도구이지만 또 가장 큰 위협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기관들이 공직자들을 감시해야 한다. 삼권분립으로 수평적 책임성을 구현해 정부가 힘을 행사할 때 정해진 절차와 규칙을 따르게 해야 한다. 

지난 십여 년간 국내외 정치학의 화두였던 민주주의 위기론은 위의 세 가지 가치들의 조화를 통해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한 민주주의를 지칭하는 학술적인 용어는 자유헌정민주주의(Liberal Constitutional Democracy)다. 나쁜 정치인을 판별하는 첫 번째 기준은 그 정치인이 이 세 가지 가치 중에 하나만 앞세워서 다른 가치와 조화를 무시하면서 자신과 자기 당의 이익을 추구하는지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 지지자들을 동참시켜 극단적인 관점을 가지게 만들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지 주시해야 한다. 여당 소속 당선자는 이것이 바로 지금 야당의 행태라고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야당 당선자들은 그 반대로 해석할지 모르겠다. 더 큰 정치인, 이름이 길게 남을 리더는 이 순간에 먼저 자신과 자기 당을 돌아볼 것이다. 

정치학원론의 마지막 수업은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학생들 중에 미래 정치인이 나와서 큰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 있다. 지도자의 역할은 첫째는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유리한 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공동체의 성원들에게 공동의 목표가 실재함을 믿게 하고 그것을 위해서 함께 노력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을 자세히 연구한 어느 학자는 정치적 리더십의 구성요소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는데 소통능력, 비전, 조직적 역량, 정치적 기술, 인지적인 능력, 감정지능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소통능력과 감정지능이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동문 당선자들이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