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호 2016년 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무인차시장서 ‘패스트팔로워’ 벗어나려면 산학협력 강화해야”
서승우 모교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
“무인차시장서 ‘패스트팔로워’ 벗어나려면 산학협력 강화해야”
지난 8월 국내 최초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 화제
“다양한 도로상황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2016년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무인자율주행자동차(이하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의 첨병이란 점에서 과학계의 관심도 뜨겁다. 1월 6∼9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도 자율주행차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구글과 벤츠로 대표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한국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8월 국내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무인자동차 시대의 서막을 연 서승우(전기공학83-87) 모교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을 만났다.
스누버(SNUber) 공개 시연 이후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동안 구글 등 몇몇 업체에서 홍보차원의 영상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해서 시승시켜준 경우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AP통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도 취재를 했다.”
서울대의 자율주행차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대학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완성차 업계는 폐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다. 해외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실험차량이 제네시스라 현대기아차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줄 알았다.
“정부 지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카네기-멜론대와 GM, 스탠퍼드와 구글 등 산학협력이 활발하다. 최근 도요다자동차는 MIT와 스탠퍼드에 각각 5백억원을 지원해 자율주행차 연구를 함께 한다고 하더라. 우린 아직 그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우리 자동차 업계는 산학연구에 대한 믿음도, 선행연구에 대한 의지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미국 등 해외 대학,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연구 수준이 궁금하다.
“자율주행차 발전에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교통 제도.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상당히 앞서 있다. 도심지역 등 복잡한 상황에서 1백20만 마일을 무사고로 주행했다고 하니 쌓인 데이터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구글 자체가 갖고 있는 데이터도 어마어마하고. 완성차 업체에서는 GM, 벤츠, 포드 등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센서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이 없어 대부분을 수입한다. 카메라를 하는 업체가 LG전자, 삼성전자 정도다.
제도 측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반 도로에서 요건을 갖추면 자율주행차 실험이 가능하다. 우리도 올해부터 자율주행차 가능 도로를 마련한다고 하는데, 거기서 실험하기 위해선 절차가 많다. 도심이나 골목길에서 실험을 할 수 없으니 돌발 상황 데이터를 쌓는 데 한계가 있고, 센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패스트팔로워(Fastfollower)를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가다보면 상당히 뒤처지겠다.
“남들이 개발해 놓고 검증된 부품들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완성차 업계가 자국내 기술기반을 닦고 인재들을 길러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는 정부에서 지원해 나온 연구 결과물도 수요자가 외면하는 상황이다. 오로지 외국의 검증된 부품만 갖다 쓰겠다는 마인드라 연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암울하다.”
센서 개발이 어려운가.
“자율주행차에 레이저 스캐너, 레이더, 카메라, GPS 센서가 필요하다. 워낙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투자가 쉽지 않다. 우리 무인 차량에 레이저 스캐너와 카메라 GPS가 부착돼 있는데, 레이저 스캐너 가격이 1억원 정도다. 카메라는 이스라엘 중소업체인 모빌아이가 자동차 카메라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건실한 중소기업이 나와야 하는데, 기대뿐이다.”
대학의 연구 결과물이 활용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나서서 완성차 업체에 제안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학교에서 연구한 코어기술을 상품화시키는 중소기업 등 중간단계가 필요해 보인다. 대기업은 그 중소기업을 통해 위험부담이 적은 기술을 구현시킬 수 있을 테고. 현재는 해외 대학, 해외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도 다양한 도로주행 실험이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캠퍼스 내에서 가능한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해 실험할 수밖에 없다. 때론 캠퍼스 규정 속도인 30km를 넘기기도 할 것 같다. 비, 눈이 오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실험을 했다. 좌측으로 돌리려다 반대편에서 갑자기 직진하는 차량 때문에 브레이크를 건 경우도 경험했다. 유턴 실험도 해봐야 한다. 좁은 도로에서 유턴은 기계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다. 또 현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모르는 길은 가지 못한다. 자동차가 이해할 수 있는 지도가 입력돼 있어야 한다.”
그 밖에 과제가 있다면.
“센서들이 바깥으로 돌출돼 있어 보기 안 좋다. 작게 만들어 차에 부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격도 낮춰야 하고. 대량생산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모교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에서 만든 무인자율주행차. 지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시연해 화제가 됐다. 지붕 위에 달린 센서가 레이저 스캐너다. 주변지형지물을 인식하는 장치다.
해외 업체들은 상용화 시점을 2020년으로 예상한다.
“제한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주행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도로에서 주행은 2025년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2035년은 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이 진일보하고 있어 10년 정도를 단축한 것이다.”
지금도 고급차는 스스로 제어하는 기능들이 탑재돼 있다.
“자율주행차 전단계 기술인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가 구현된 차들이 많다. 준중형급에도 장착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이 대표적인 예다. 거리를 일정간격 유지하면서 자동 운전하는 장치다. 또 자동차로유지(Automatic Lane Keeping) 장치라고 해서 자기 라인을 벗어나면 경고음을, 더 나아가 원상복귀(Lane Keeping Assist System) 시키는 기술이 구현돼 있다. 그 외 AEB(Autonomous Emergency Breaking), 즉 긴급제동 시스템이 ADAS의 상용화 예다.”
현재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상용차에 접목되면서 발전할 것 같다.
“ADAS 기술이 풍성해지면 자율주행차로 가는 데 밑거름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몇 가지 요소가 됐다고 자율주행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느냐 아니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어떤 이로움을 줄까.
“장거리 운전을 하다 졸았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잠깐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운전대를 놓고 메모를 하거나 통화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 운전석을 돌려 뒷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우리가 상상도 못한 자유를 줄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상이 오는 건가.
“그럴 거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상당 부분 대체됐다. 제2의 산업혁명이 곧 올 거라 본다. 그 동력은 인공지능이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기계다. 가정용 로봇 등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교통혁명의 무인자율화는 우리 삶을 엄청난 변화로 이끌 거라 본다.”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모교 부임 후 자동차에 접목된 컴퓨터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동차 통신문제에 몰두하다 자동차의 핵심, 미래 이슈에 생각이 미쳤다. 그때부터 자동차의 지능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05년 현대자동차 기술고문 경험이 큰 자산이 됐고 2009년부터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을 맡아 무인자동차맨이 됐다.”
운전은 좋아하나.
“별로.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닌다. 아내가 주로 운전한다.”
의외다. 그럼 자동차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은 할 수 있나.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는 조언을 하는데, 그 외 차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대부분이 기계적인 결함이라서. 엔진이 상당히 복잡하다. 차에 문제가 생기면 카센터를 가라고 한다. (웃음)”
올해 계획은.
“2월이면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의 정부지원이 종료된다. 정부에서 잘하는 센터를 선정해 추가 지원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탈 기회를 주는데 연구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갔으면 좋겠다. 최종보고서와 새로운 제안서를 작성중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교수다 보니 학생들의 앞날이 늘 걱정이다. 우리 교육시스템이나 취업여건이 학생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글로벌 마인드와 도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기성세대들이 정말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뛰어난 학생들이 많은데 가용되지 못하고 있다. 누가 저들을 이끌어 한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줄 수 있을까. 동문들이 함께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김남주 기자>
서승우 교수는
공대생들에게 도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멘토
서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생들 사이에 열정과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멘토로 꼽힌다. 1996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에 부임한 이후 차세대 네트워크와 보안기술에 대해 연구해왔고, 2000년도부터는 미래 자동차용 전자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이 지정한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199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단기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96년까지 동 대학 조교수와 프린스턴대 연구원을 역임했다. 프린스턴대 재직 시절에는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박사후 과정 펠로우십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1년 10월 세계 최초의 무인태양광자동차경주대회를 기획해 운영위원장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었고, 직접 서울대 팀의 지도교수로 참가해 2등상을 받았다. 2013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정부에서 주최한 무인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 서울대 팀을 이끌고 출전해 SUV를 개조한 무인자동차로 본선 최단 시간의 기록을 세우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5년 8월에는 제네시스 차량을 개조한 무인자율 공유형 택시 스누버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늘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고 새로운 분야 개척에 있어서도 주저함 없이 항상 도전을 실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으며,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 카운슬링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해동학술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보안경제학’과 ‘Security in Next Generation Mobile Networks’, ‘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오른쪽 사진), 공대 교수들과 함께 쓴 ‘축적의 시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