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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2023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챗GPT 활용해 네이버·카카오와 맞짱 뜨는 회사 곧 나올 것”


“챗GPT 활용해 네이버·카카오와 맞짱 뜨는 회사 곧 나올 것”

송은강 (계산통계82-86)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당근마켓·직방·파두 등에 투자 스타트업 키워 내
벤처 생태계 10년간 10배 커져, 대학 역할 중요

서울대서 창업하려는 기술 궁금해하는 기업 많아
동문창업네트워크 회장 맡아 창업자·투자자 연결 나서


지난 10월 5일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가 동문창업네트워크 초대 회장에 선출됐다. 동문창업네트워크는 동문 창업자 간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축됐다. 송은강 동문은 물론 정성인(경제78-82)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 구경철(경영81-85) 스톤라인에쿼티파트너스 대표, 지성배(경영86-90)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20여 명의 벤처캐피털(VC) 업체 대표들도 회원으로 창업자들을 도울 예정이다. 송 동문은 동문창업네트워크 설립 준비 단계부터 애정을 갖고 참여했고 이번 행사에서 3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당근마켓’, ‘직방’, ‘두나무’, ‘오늘의 집’ 등 후배 업체들의 창업 초기 단계에 과감히 투자해 ‘스타트업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유튜브 채널이나 강연 등을 통해 창업자들의 멘토로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 11월 2일 역삼동 사무실에서 송 동문을 만났다.


-회사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바쁘시죠.
“일반인 공모 청약이 마무리되는 7일까지는 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계산통계학과 출신 동문 중에는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인 것 같습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계산통계학과 출신 기업인으로 허진호(79학번) 전 인터넷기업협회장, 박일평(81학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의범(82학번) SG세계물산 회장, 조봉한(83학번) 깨봉수학 대표, 이재성(92학번) 새솔테크 고문 등이 있다.

-캡스톤파트너스에서 투자한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 ‘직방’의 안성우 대표가 학과 후배죠?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가능성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업이라 생각해 투자를 했죠. 두나무는 유니콘이 된 후에 저희가 조금 투자했습니다. 초기에 투자한 당근마켓의 김용현(경제97-03) 대표, 또한 유니콘이 되어 투자한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의 이승재(화학생물공학08-18) 대표도 승승장구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동문창업네트워크 초대 회장으로서 소감 한 말씀 들려주시죠.
“우선 모교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보다는 설립위원장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서울대가 좀 더 창업 친화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서울대의 재정 확대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다시피 스탠퍼드, MIT 등을 보면 학교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창업자들이 많거든요. 그들이 다시 학교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 이뤄지고요. 서울대도 그런 기틀을 마련하는 일인 만큼 열심히 하려고요.”

-운영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올해 동문창업네트워크 행사가 3회째였는데, 1년에 한 번 행사만 하는 조직이 아닌 상설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무국을 우선 만들려고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죠. 지난 모임 결성 때 2억원 정도를 모았어요. 지속가능 하기엔 부족한 금액입니다.
서울대 동문창업네트워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요. 외부에선 서울대의 누가 어떤 기술로 창업하려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중에 중견기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멤버십 등을 통해 서울대 창업 정보를 주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죠.”

-대학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나요? 몰랐던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벤처생태계가 지난 10년 동안 10배가 커졌습니다. 예전에 유니콘(시장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이 없었는데 지금 2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있어요. 매년 1조 정도의 벤처 투자 규모가 지금은 8조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죠. 대학생 창업, 교원 창업, 연구실 창업 등요. 서울대는 특히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양쪽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은 구성됐나요?
“현재 부회장님 한 명과 운영위원 여러 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학내 창업지원단이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있고요. 우선 시급한 것은 사무국 직원일 텐데, 풀타임 직원 2명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2019년 1회 동문창업네트워크 행사 때부터 관심 두고 참여해 오셨지요. 그만큼 서울대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서울대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어디 가서 서울대 나왔다고 하면 한 번 더 쳐다보는 게 우리나라 현실 아니겠습니까. 학비도 저렴했잖아요. 갚을 기회가 생겼으니 고마운 일이죠.”

-석사학위를 모교가 아닌 KAIST에서 받으셨던데.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 KAIST에서 다양한 혜택을 줬습니다. 당시 석사생에게 월 10만원의 생활비를 제공했을 정도니까요.”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잘 안 나오는 스타일이었어요. 1학년 때는 합창단 활동을 했고 4학년 때는 예수전도단 활동을 했습니다.”

-이름의 ‘은강’이 은혜 恩에 평안할 康을 쓰나요.
“아버님이 목사님이셨어요. 저는 제 이름에 ‘찬송과 은혜와 평강’이란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캡스톤파트너스의 ‘캡스톤(머릿돌)’도 성경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여러 투자사가 ‘스톤’이란 단어를 차용하고 있는 것도 반영했고, 풀어보면 ‘짱, 돌’ 즉 우두머리 돌이란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캡스톤파트너스는 그가 30대 중반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에서 나와 MVP 창투를 거쳐 2008년 설립한 회사다. 현재 20여 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고, 170개 업체에 투자를 했다. 총 투자펀드자산은 5000억원, 2022년 매출은 122억원 수준이다. 17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삼성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KAIST에서 AI 분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에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삼성그룹비서실 인터넷TF팀 과장을 거쳐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 투자팀장을 하면서 VC업계에 입문했죠. 삼성에 있을 때 국내 첫 인터넷 신문(중앙일보 온라인판) 판 개발 책임을 담당하기도 했고요.”

-삼성에서 나와 MVP창업투자를 공동 설립하셨는데, 거길 나와 다시 캡스톤파트너스를 창업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MVP창투에서는 3년 동안 대표를 맡았고 이후 투자 총괄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LLC(유한회사)형 VC가 시장에 등장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보자는 생각에 창업하게 됐죠.”

-캡스톤파트너스가 투자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창업자의 특징 두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첫째 세상의 변화나 시장의 흐름, 소비자의 변화 등을 핵심적으로 잘 짚고 이에 따라 순발력있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시장의 반응을 포착하는 린스타트업 모델을 지향하는 창업자입니다. 투자 결정시, 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보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그것을 제대로 푸는 팀일까를 물어요. 작은 문제를 잘 푸는 팀들이 후에 더 큰 문제도 잘 해결해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최소 둘 이상의 창업자들을 포함해 초기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잘 되는 스타트업을 선호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가 모여 창업을 하거나, 영업을 잘하는 사람과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함께 창업하는 것이죠. 팀워크가 좋은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에 보이는 성과와 관계없이 좋은 엑시트를 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투자 실패담을 들려주신다면.
“가장 큰 실패는 투자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것입니다. 그동안 7개의 유니콘을 놓쳤습니다. 토스, 배달의 민족 등이 한 예예요. 투자를 한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기회를 못 잡은 게 뼈 아픈 실패죠.”

-고금리가 오래 갈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VC업체에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을 모으기 쉽지 않죠. 금리가 오르니 돌려줘야 하는 금액에 대한 기대도 높고요. 그렇지만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금리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존재 의미가 없지요.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하고요. 좋은 창업이 계속 되는 한 벤처캐피털 비즈니스는 계속 될 겁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시장 트렌드 읽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세상의 변화를 가장 잘 읽는 친구들이 창업자들이에요. 창업자들을 많이 만나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물론 공부도 하고 있고요.”

-요즘 관심 분야는 뭔가요.
“AI입니다. 석사 때 이 분야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회사가 최우선으로 관심 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국내에서는 하정우(컴퓨터공학97-04) 네이버 AI랩 소장이 이 분야 대가죠. 향후 5년을 예상해보면 챗GPT를 잘 활용해 창업하는 회사는 네이버, 카카오와 맞짱을 뜰 겁니다. AI 관련 유니콘 회사도 50개 이상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환갑이시죠? 60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3년 전 만든 펀드가 끝나는 해가 2030년입니다. 우선 그 펀드 끝나는 걸 건강한 모습으로 보고 싶고요. 이후 여력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빈곤층 학생들에게 교육과 창업을 도와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막연한 상태입니다만, 이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고, 이것이 계속 대물림되면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정리하는 시점에 캡스톤파트너스를 검색해 보니, ‘캡스톤파트너스 청약 흥행…1조 몰렸다’는 기사가 떴다. 청약 1345.6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것이다. 송 동문은 “상장 이후에도 ‘퍼스트 무버’답게 떠오르는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계속해서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동문창업네트워크도 덩달아 순풍을 탈 듯하다.

김남주 기자


프로필

△1986 모교 계산통계학과 졸업 △1988 KAIST 석사 △1988 삼성종합기술원 AI프로젝트 개발연구원 △1994 삼성 멀티미디어연구소 전자신문팀 △1997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 △2000 MVP창업투자 대표/이사 △2008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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