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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015년 9월] 오피니언 학생기자의 소리

인문학도들의 한숨

김성구(서양사13입) 학생기자

인문학도들의 한숨


8월 28일에 모교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기자가 교정에 들어섰을 때 하늘이 구름에 덮여 우중충했다. 어두운 날씨는 취직에 실패한 졸업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 학위수여식에 ‘연대 나오면 모하냐 백순데’라는 현수막 사진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취업에 실패한 인문학 전공 졸업자들의 한숨은 즐거워야 할 학위 수여식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2014년도 모교 졸업생 취업률 통계를 보면 인문대 졸업생들의 취직률은 전체 평균에 비해 저조했다. 대표적으로 종교학과 33%, 철학과 50%, 서양사학과 57%를 기록했다.


이러한 취업률 저조 현상은 비단 인문대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음악대학, 디자인 학부를 제외한 미술대학, 지구시스템과학부를 제외한 자연과학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도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1998년 IMF 사태 이전 때처럼 서울대 졸업장이면 어디든 취직할 수 있는 시대는 과거가 됐다.


유독 인문학 전공자들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이유가 뭘까. 주변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역사학도는 보수적일 것 같다. 종교학과 나오면 목사님이나 스님이 되나? 철학과 나오면 논술 선생님이라도 할 수 있나? 등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인문학을 금전적 성과와는 동떨어진 영역으로 간주하는 풍토 때문에 인문학 전공생들은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하기 위해 학점 경쟁을 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몰리는 현상은 인문학도 스스로가 인문학에 대한 긍지를 약화시키기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취업 시장에서 경영학과 경제학 외에 인문학도들에게는 버팀목이 많지 않다. 인문학 전공만으로 취직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도 마련에 앞서 인문학은 취직에 무용지물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인문학 전공생들의 구직난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