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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 2024년 10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미 금리 인하로 본 세계 속 한국경제

이철인 모교 경제학부 교수

미 금리 인하로 본 세계 속 한국경제



이철인 (경제85-91)
모교 경제학부 교수

국가부채 GDP 3배 위기 취약
자산거품 막는 통화정책 절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발 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양적 완화 및 적자재정에 의한 유동성 확대를 실시해왔으며 그 후 급속한 인플레 확산 우려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왔다. 다행히도 인플레 압력에 대한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등 실물부문에서 부정적 징후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인플레 대응이 늦었다는 비난을 고려) 빅컷(기준 금리 0.5% 포인트 인하)을 단행하였는데 이처럼 큰 폭의 대응이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

본 대응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또한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및 자산거품 등이 생기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과 함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관심이 증가하는 것 같다. 본고에서는 현상에 대한 인식과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에 대해 적고자 한다.

첫째, 빅컷 자체로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를 경기에 따라 우리에 비해 큰 폭으로 조정해왔다. 주로 노동시장에서 실직의 증가, 일자리 창출이 감소하는 시기에 이를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보고 금리인하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 정책기조였다. 그러나 최근 금리변화는 노동시장보다는 인플레로 인한 물가불안정에 대한 대응이었고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금리 수준에 가지 않으면서도 물가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점도 작용한다.

둘째, 금리인하가 물가안정이 확실히 성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통 0.25% 인하로 출발하여 낮춰가는 것이 일반적이나 통화당국이 (높은 유동성에도)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어 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더라도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다만 2000년대 이후 기준금리는 위기시 극단적으로 내려가다가 자산거품 등으로 5~6%의 높은 수준까지 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 일정한 안정적 평균 수준에서 머문 적이 거의 없다. 인하추세는 이어지겠지만, 과거와 같이 낮은 수준을 장기 자연금리 수준으로 볼 수는 없어 극심한 자산거품 시기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셋째, 국내 금리에 관한 의미다. 미국발 충격은 상식적으로 국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 급속히 올리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적게 올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우리의 물가대응은 국내 총수요의 과도한 팽창 때문이라기보다는 해외수입물가(원자재 가격) 인상이 중심이라는 주장과 과도한 유동성에 의한 부채 급증에 따라 자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미국보다 금리를 덜 올렸다. 따라서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더라도 그 폭이 작기 쉽다. 또한 미국이 목표로 하는 자연금리 수준이 불명확한 이상 우리 또한 어디까지 인하될지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이나 과거 초저금리 기조로 회귀할 것 같지는 않다.

넷째, 국내 금리는 부채 상황과 연동되어 움직일 것으로 예측된다. 지속된 자산거품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간·공공부문 모두 부채조정을 거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정부·민간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가 GDP의 3배를 넘어서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경제위기가 촉발될 필요조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보는데 한국이 그렇다.

우리 기준 금리도 인하돼 자산시장과 거품이 이미 형성된 부동산에 더 돈이 몰릴 것이라는 주장을 흔히 접한다. 아직은 미국 대비 낮은 금리 격차가 존재하고 또한 부채문제가 심각한 만큼, 미국처럼 큰 폭의 금리인하로 나아갈 가능성은 낮아,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수침체 등 국내 경기가 계속 하락하는 순간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이때 다시 초저금리 회귀와 자산거품이 쌓이게 되면 더 이상 위기를 피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전 세계적으로 과도한 부채문제로 인해 해외로부터 위기가 촉발될 것으로 보며 그러한 충격이 국내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불안정한 세계경제 흐름속에서 발생하는 금융충격은 가계, 기업, 공공부문 어디를 가릴 것 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어느 한 부문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곧 전이된다. 그 이전에 공공부문부터 신속히 균형재정으로 복귀하고, 가계부채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현재의 부채기조를 자산거품을 통해 지속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저변에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해주는 것이 깔려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