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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2022년 1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 연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영남(동양사85-89) 모교 국제대학원 부원장
관악논단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 연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영남
동양사85-89
모교 국제대학원 부원장
 
기존 정책에 냉정한 평가 곤란
커다란 정치적 갈등 잉태 우려

 
2022년 10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두 가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첫째, 덩샤오핑 이후 중국에서 10년 주기로 이루어졌던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즉 시진핑이 세 번째로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것이다. 둘째, 정치세력 간의 세력균형이 파괴되었다. 즉 7인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모두 ‘시진핑 세력(習家軍)’으로 채워졌다. 공청단파(共靑團派)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에 단 한 명도 진입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시진핑의 깨끗한 싹쓸이”, “시진핑 친정체제의 구축”, “시진핑이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는 집단 지도 체제의 등장” 등으로 평가했다.

시진핑의 권력 연임은 이전과 다른 세 번째 권력승계 모델이 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모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단계적 승계 모델로, 후계자가 공산당 총서기를 먼저 승계한 후에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도 승계하는 방식이다.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의 권력승계가 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둘째는 전면적 승계 모델로, 후계자가 모든 직위를 동시에 승계하는 방식이다.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의 권력승계가 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시진핑이 집권 초기부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와는 다른 권력 연장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시진핑의 권력 연임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후퇴와 강권 통치자(strongman)의 출현 현상이 중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푸틴 현상’(1999년부터 현재까지 23년 통치)이나 튀르키예(터키)의 ‘에르도안 현상’(2003년부터 현재까지 19년 통치)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사회주의 이웃인 베트남에서도 응우옌 푸 쫑(1944년생) 서기장이 2021년 2월에 끝난 베트남공산당 13차 당대회에서 세 번째로 서기장에 취임하면서 권력 연임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권력 연임은 향후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부에서는 ‘제2의 마오쩌둥’이 된 시진핑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면서 독재정치가 다시 등장할 것을 우려한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시진핑의 권력 독점에 대한 반발로 공산당 내에서 권력 투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전망은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시진핑은 ‘제2의 마오쩌둥’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의 권력 연임은 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승인된 ‘합법적 결정’으로 이를 번복할 수 있는 세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진핑의 권력 연임이 중국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첫째, 공산당의 정책 탄력성과 적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10년 주기로 총서기가 교체됨으로써 공산당은 기존 정책과 그것이 초래한 문제를 냉정히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 장쩌민 시기의 성장 최우선 전략에서 후진타오 시기의 균형 발전 전략으로 경제 정책이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진핑 시기에 들어 후진타오 시기에 만연했던 부패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고강도 부패 척결 정책을 추진한 것은 또 다른 사례다. 그런데 권력 교체가 중단됨으로써 공산당은 기존 문제를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진핑이 자신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권력승계 규범을 수립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진핑의 권력을 승계할 것인가? 만약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도 시진핑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고집부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를 강제로 끌어내릴 것인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그가 죽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그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덩샤오핑 같은 혁명 원로가 부재한 상황에서 권력승계를 둘러싸고 정치 투쟁이 발생한다면, 과연 공산당이 이를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시진핑의 권력 연임으로 인해 중국 정치에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먹구름이 일대 혼란을 초래하는 거대한 폭풍우로 변할지, 아니면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로 끝날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후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