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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023년 1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이민자와 더불어 사는 시대

우병렬 이민정책연구원장

이민자와 더불어 사는 시대


우병렬
공법86-90
이민정책연구원장

노동력 메꾸려는 단기 관점보단
같이 살고 싶게 하는 정책 필요

서울대의 외국인 학생이 2198명이고, 외국인 교원/연구원은 436명이라고 한다(출처: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아직 큰 숫자는 아니지만, 필자가 다닌 법과대학, 행정대학원에 외국인 학생과 교수님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이나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흐름이 큰 영향을 받았고, 각국은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인력에 의존해 온 농업이나 보건 등의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을 절감하게 되었다. 기존에 ‘저숙련’으로 분류되었던 외국인들의 노동이 ‘필수노동(essential work)’으로 그 가치를 재평가받게 되었다. 한국 역시 농어업, 제조업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노동력 부족의 여파를 크게 겪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정부는 그동안 해외에 발이 묶였던 외국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더해 체류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외국인의 장기취업 허용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 외국인 유치를 통해 지역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최근 발표된 ‘2022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은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을 지난 20~50년간 ‘해외로부터 상당한 취업이민자 유입이 있어 온 최근 이민목적국(more recent destination with a significant share of labour migrants)’으로 분류하고 있다(2023년 기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민자 규모가 작은, 새롭게 부상하는 이민목적국(emerging destination with small immigrant populations)’으로 분류(2018년 기준)되었던 한국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외국인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그중 일부는 우리의 가족으로, 혹은 우리의 이웃으로 정착을 꾀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는 과연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해외에서 간혹 인종 간 갈등 소식이 들릴 때마다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의 유입으로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지, 이 갈등을 우리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외국인이 노동자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고, 200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정부는 외국인의 유입과 정착, 사회통합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해 왔다. 재외동포법(1999), 외국인고용법(2003), 외국인처우법(2007), 다문화가족법(2008), 난민법(2012) 등 외국인·이민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민자와 한국 사회가 잘 통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내국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총인구의 71.5%에서 2040년 55.7%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극적 이민정책을 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수도꼭지를 여닫는 것처럼 이민 이슈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올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의 주요 송출국인 베트남, 중국 등도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이들 국가 출신자들은 한국에서 잠시 머물다가도 자국으로 돌아가 취업이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웃 일본은 다양한 기술수준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법제도를 바꾸고 이민청도 만들었다. 우수 이민자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외국인·이민 관련 법제도 기틀 마련의 노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운영의 ‘전략’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유치에 있어서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법제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제이주의 흐름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동화되도록 하는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의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외국인 주민: 90일 초과 국내 체류 외국인, 귀화자, 귀화자의 미성년 자녀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미성년 자녀 등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