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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2024년 3월] 뉴스 기획

“증원·제도 개선 동시에 단계적으로 가야 ”

한규섭 의대동창회장, 허 영 간호대동창회장 인터뷰

인터뷰

증원·제도 개선 동시에 단계적으로 가야


한규섭

의학72-78

의대동창회장

 

한규섭 회장은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로, 수혈진단 분야 권위자다. 교수 재직 시절 모교 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대학과 병원에서 여러 보직을 역임해 대학 및 병원 조직에 밝다. 모교에서 정년 후 현재 진단검사 전문의료기관인 씨젠의료재단 대표의료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321일 의대동창회장에 취임했다.

한 회장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전공의 파업사태에 관해 높은 수준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가성비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3류 정치인들이 1류 의료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2류 의료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은 교육 여건상 현실성이 없고 10년 후 의사들이 넘쳐나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동하기를 바라는 대규모 도박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로 시작해 연차별로 교육 여건이 갖춰지는 만큼, 증원해나가되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로 현재의 의료 인력이 조금씩 이동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10년 후의 적정 의료인 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파업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의 근무 상황 때문이 아니라 전문의가 된 후 기대하는 무언의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예상했던 대우와 사회적 안정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든다는 것이다.

국립대학병원으로서 모교 병원은 타 대학과 달리 국민 건강에 더 책임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공공의료에는 두 가지 책임이 있다. 하나는 보편적 의료를 저렴하게 국민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역할이고 또 하나는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유지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립대학병원이 보편적 의료 제공과 국민건강관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를 위해서는 비싼 비용을 들여 대형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하게 된다서울대병원이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에 정진하고 정부가 최신 장비와 시설을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공적인 의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강대강 구도 속에서 중환자, 응급환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발표하기 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충분히 예측했을 것이라며 대책도 세워 놓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체 의료계 아우르는 협의체 필요하다


허 영

간호70-74

간호대동창회장

 

간호사는 이번 의료 사태 주요 이해당사자 중 한 축이다. 또한 병원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3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허 영 간호대동창회장, 이금라(간호70-74) 수석부회장, 조경숙(간호75-79) 가천대 간호대 명예교수를 만나 이번 의료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허 영 회장은 의료 현장을 오랫동안 떠난 상태라 현장에 있는 젊은 후배 두 명의 의견도 들어봤다며 두 개의 의견서를 주기도 했다.

허 회장은 2000명 증원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증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모호한 2000명 이란 수를 정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의사 집단을 악마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은 충분히 존경받을 분들인데, 이렇게 나쁜 이미지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또 준비를 충분히 한 다음에 시행해야 할 일입니다. 시설 등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진행하면 실력 없는 의사가 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입학생 수를 편법을 동원해 증원하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법대로라면 110개월 전에 공지가 돼야 하거든요.”

현직 간호사가 보내온 의견서에는 현재 3000명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어디로 얼마나 흡수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먼저 제시해야 하고,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로 흡수되지 못하고 피부과와 성형외과로 흡수되고 있는 인력이 필수·지역 의료로 흡수되게 할 수가 개선 및 의료 전달 체계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적었다.

조경숙 교수는 의료계가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낮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수가 조정, 의료 교육 시스템 개선, 지역 의료 보존을 위한 여러 안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의사들이 신뢰를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금라 수석부회장은 건강보험 파이가 정해져 있는 상태서 여기를 늘리면 저기가 줄어드는 구조인데, 파이 전체를 키우는 일이 이번 의료사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독일 일본도 건강보험에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우리도 오래전에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4조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는데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것만 이뤄지면 수가 문제 등이 해결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의료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현재 의협, 병협, 전공의협, 교수협의회 등이 모두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하나의 통일된 협의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정부와 협상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