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호 2023년 10월] 뉴스 기획
“방출수 한국 영해 도달 할 땐 10만분의 1 이하로 희석”
“방사능 영향은 생식․성장 등 장기간 걸쳐 살펴봐야”
본회가 9월 18일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전문가 좌담회에 박군철․김기현․정범진․백도명․양승오․조양기 동문 등이 참가해 의견을 나눴다.
“방출수 한국 영해 도달 할 땐 10만분의 1 이하로 희석”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좌담회
본회가 9월 18일 호암교수회관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에 관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오염수냐, 처리수냐, 진영에 따라 첨예하게 갈려 명칭에서부터 중립을 지키고자 애쓴 티가 역력했다. 이번 좌담회는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냉정하게 사실을 직시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좌담회의 좌장은 박군철 모교 공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박군철 좌장= 먼저 김기현 모교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방사선 공학자로서 방사선에 대한 설명과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에 대한 의견을 말씀 후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학회의 입장과 IAEA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설명해 달라. 이어서 백도명 모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환경학자로서 의견을, 양승오 박사가 방사선의 인체에 대한 영향을 말씀해주시고, 조양기 모교 해양연구소 소장이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의 우리 해역 도달 예상 시점에 대해 말씀해달라.
▶김기현= 가정용수든 산업용수든 물이 필요하면 끌어다 쓰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만큼 정화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상식적이고 일반적이다. 방사성 물질 또한 결국은 원소 주기율표 상에 있는 물질들 중 하나로, 화학적·물리적 방식을 통해 거르고 정화하는 방법은 같다. 또한, 모든 위험도는 섭취량/흡수량에 근거해 평가해야 하며, 방사선에 대해서는 방사선량에 기초해서 위험도를 논해야 한다. 의약품 등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대 무독성 용량 또는 최소 독성 용량을 규명하고, 충분한 안전 여유도(safety margin)를 확보한 섭취 허용치를 두는 것처럼, 방사선에 대해서도 충분한 안전 여유도를 확보한 기준치가 있다. 연간 1밀리시버트(mSv)라는 선량한도다. 방사선량은 방사선 노출에 의해 인체가 흡수하는 에너지의 양인데, 1mSv는 흐린 날 야외에서 1초 동안 햇볕을 쬘 때 우리 몸이 태양빛으로 받는 에너지보다 약 100배 작은 양이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배출은 여기에 다시 20배의 안전 여유도를 확보해 0.05mSv를 기준으로 배출 관리 기준치를 설정해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기관과 도쿄전력은 방출수를 배출 기준치 대비 30% 수준으로 정화할 계획이며, 배출 전 바닷물을 이용해 400 대 1 이상 비율로 희석할 계획이므로, 계획된 목표치대로 방출이 이뤄질 경우,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에게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선량은 0.00003mSv 수준으로 충분한 안전 여유도를 확보할 것으로 평가됐다. 얼마 전까지 배출됐던 방출수를 실제 측정한 결과, 배출 계획 목표의 7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었으니, 그 영향은 더 작을 것이라 볼 수 있다. 방출수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올 땐 다시 10만분의 1 내지 100만분의 1 정도로 희석되고 확산될 것이므로, 이때의 방사선량 예상치는 수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으론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출수에 존재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은 주로 세슘, 스트론튬, 폴로늄과 같은 핵반응 생성물들과 삼중수소로 구분되는데, 세슘, 스트론튬, 폴로늄의 경우, 하수 처리시설이나 정수기 필터와 같이 흡착 및 공침 반응 등을 통한 화학물질 정화계통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정화하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요즘 널리 알려진 다핵종제거설비, 즉 ALPS가 활성탄 및 이온교환 수지 등을 이용한 화학적 정화계통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이미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 오염수 탱크에 저장돼 있는 전체 방사성 물질의 10배 이상이 바다 및 육지로 유입됐고, 육지로 흘러든 방사성 물질도 기후활동 및 계절변화를 거치며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그보다 앞서 50~60년 전 핵실험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보다 100배 이상 많은 방사성 물질이 지구상에 퍼졌다. 그럼에도 지난 50여 년 동안 대부분의 인류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큰 영향 없이 살아왔다.
삼중수소 매년 약 280g 자연 발생
삼중수소의 경우, 화학적 계통으로 정화가 불가능한 것이 문제지만,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 중인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은 2.2g 정도로, 매년 자연적으로 대기 중에서 생성되는 삼중수소의 양 280g에 비해 훨씬 작은 양이다. 대기 중 삼중수소는 비와 함께 지표로 내려오는데, 최근 비 오는 날 우리나라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일본에서 배출기준 목표로 삼은 1500Bq/L와 비슷한 1200Bq/L 정도임이 확인됐다.
매년 수백 곳에서 해수 방사능을 비롯한 전 국토의 환경 방사능을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공개한다. 10년 전이든 지금이든 그리고 10년 후에든 우리나라의 방사선 수치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방사능 농도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편견을 버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범진=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이슈는 배출기준의 40분의 1 수준의 매우 낮은 오염 농도의 물을 해양으로 방류하는 게 옳으냐 그르냐 따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배출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영향, 환경적 영향 등을 다 검토해서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기준을 정했다는 뜻이다. 이미 계산에 넣었던 생물학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배출기준을 어떻게 정했는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고려되지 않은 것처럼 인식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다.
방사능 물질 관련한 일개 사업자가 방출수의 여러 영향을 다 고려할 순 없다. 따라서 국가가 배출기준을 정해 이 기준만 충족시키면 다른 환경적 영향은 다 고려되도록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산 어류의 방사선 농축계수가 다른 지역 어류의 100배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허용기준 미만이라면 100배 농축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에 포함된 방사성 오염물질의 양은 2011년 원전사고 당시 해양에 방류된 양의 1000분의 1 이하다. 한꺼번에 방류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해역엔 영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1년 사고 때 고농도의 방사성 오염수가 아무런 처리도 없이 방류됐고 12년이 흘렀지만, 아무 영향도 없지 않은가. 나누어 희석해서 방류하는 건 일본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그대로 방류해도 영해에 도달할 때 충분히 희석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6건의 중간보고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방출이 적법하다는 게 첫 번째 결론이고, 방류했을 때 후쿠시마 거주민들이 해산물을 먹고 해수욕을 해도 방사선 피폭량이 충분히 낮아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없다는 게 두 번째 결론이다.
다만 IAEA는 안전성을 검증할 뿐 방류 여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뜻에서 여느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보고서 뒷부분에 ‘디스클레이머(disclaimer)’라고 썼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알지도 못하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은 전문가의 확인 없이 이를 받아 써 논란을 확산시켰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선 방출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 위험하다고 지적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대세에 영향이 없는 극히 작은 수치상의 오류나 부정확성을 물고 늘어진다.
최근 겪었던 탈원전 정책 때처럼 정치적인 입장이, 이번 이슈의 경우엔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까지 개입해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게끔 하는 것 같다. 과학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연관 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한 이러한 의혹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유포되고 이것이 대중에게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가 위험하다는 증거처럼 받아들여져 정부에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학자로서 경악스럽다.
지식인은 그 지식을 통해 사람들이 편하게 살도록 해줘야 한다. 불필요한 의혹을 제기해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지식인이 할 일이 아니다.
“방사능 영향은 생식․성장 등 장기간 걸쳐 살펴봐야”
▶백도명= 방사선에 의한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게 제 전공이다. 원전 주변의 주민부터 반도체 회사의 직원까지 방사선과 발암물질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폭넓게 연구해왔다. 배출기준에 한참 못 미치니까 영향이 없다? 현장에서 오래 일했던 제겐 굉장히 도식적인 평가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원자핵공학과 방사선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분야는 별개라고 생각된다. 원자핵공학에서 방사성의 영향을 분석하는 몇 가지 전제가 이 문제를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첫째, 선량이란 게 고정불변하지 않고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소위 방사능 선량의 단위로서 흡수선량, 등가선량, 유효선량 등은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핵분열에 따라 방출되는 방사선 빈도에 방사선 종류에 따른 에너지 흡수, 선질계수, 보정인자, 조직가중치 등을 적용해 계산하는 것으로서, 선질계수, 보정인자, 조직가중치 등이 그동안 계속 변화해 왔다. 핵종에 따라서는 생물학적 효과의 크기에 대한 이견들이 아직도 분분한 상황이다. 결국 지금도 변화하는 방사선 선량은 계측되는 게 아닌 모델에 의해 계산되는 것으로, 모델 가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최근의 예로서 소위 자연방사능이라고 하는 라돈의 선량이 아무런 자연 변화나 측정 변화 없이 단지 그 계산만 변했다. 특히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효과는 측정항목에 따라 수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차이를 보여준다. 삼중수소 선량이 작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모델을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라 하는데, 실은 핵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합의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선량 개념, 수시로 바뀐 점 지적도
둘째로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파악하려면 방출 이전 기존 위험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IAEA는 기존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기존 오염 정도를 무시하거나 없는 것으로 전제하고, 마치 증류수에 희석된 양 방출수 오염 정도를 비교하니 영향이 없다, 굉장히 미미하다, 하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의 위험을 예로 들면, 간은 독성물질 해독과 작용에 밀접한 장기다. 기존에 간기능이 나빠진 경우 추가되는 독성물질의 위험은 다른 방식으로 평가돼야 한다. 즉 기존 위험에 추가되는 위험이 어떻게 증폭되거나 상호작용할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방사능의 위험성평가도 마찬가지다. 기존 위험은 무시하고, 추가 농도만 계산해, 이에 바닷물과 어류 간 농축계수를 곱하고, 그대로 기준치와 비교하는 것은 이미 오염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는 접근이 아니다.
셋째, 농축계수는 수생 생물이 그것이 사는 물 중에 존재하는 물질을 높은 농도로 축적할 때, 그 농도비를 나타내는 것으로, 후쿠시마 앞바다와 한국 바다에서 잡힌 어류 간의 세슘 농도를 양 지역 바닷물의 세슘 농도와 비교해 단순하게 정리하면, 후쿠시마는 250배가 넘으며 한국은 40배 정도 수준이다. IAEA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조건과 상관없이 사용한 농축계수가 120배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에서 후쿠시마의 농축계수는 이론적 수치보다 2배 이상 높다.
결과적으로 농축계수는 각 지역 환경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먹이사슬의 위치 혹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1만8000Bq에 이르는 ‘세슘 범벅’ 우럭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데, 이를 단순히 0.01Bq/L 수준의 후쿠시마 앞바다 표층해수 농도가 120배로 농축되는 계수로 설명하기엔 그보다 1만배 더 농축돼야 하는 차이를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IAEA의 문건은 굉장히 한정된 방식으로 어류, 패류, 해초 3가지만 다뤘고, 방사성 물질에 대한 측정도 세슘하고 몇 가지 물질만 포함한 간이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끝으로 방사능 영향의 평가는 해당 생물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 이상의 것으로, 생식과 성장을 포함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조건이 변하면서 일어나는 생태 영향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즉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만성적 축적을 통한 영향이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방사선 부작용에만 치중할 수 없어
▶양승오= 방사선의학 분야 종사자로서 방사선의 부작용에만 치중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방사선은 혈관조영술, CT 검사 등 의학 분야뿐 아니라 동식물의 연구, 미술품 감정 등 산업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뢴트겐 박사가 엑스레이를 발견한 게 1895년 11월이었다. 다음 해 1월 말 학자들을 비롯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검증하기 위해 엑스레이로 쾰리커 교수의 손을 촬영했었다. 당시에 엑스레이 사진 1장 찍는 데 1시간쯤 걸려서 피폭량이 상당히 많았지만, 방사선 위해를 잘 몰랐던 초창기였다.
1896년 앙리 배크렐이 방사능을, 피에르 퀴리·마리 퀴리 부부가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함으로써 방사선의학이 태동했다. 마리 퀴리는 엑스레이를 활용해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 당한 많은 군인을 치료했다.
현재는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방사선기기들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피폭선량도 많이 줄어 제가 전공의 할 때보다 매우 낮아졌다. 연세대에서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라며 시작한 중입자 가속기도 실은 폭발적인 에너지의 방사선을 사용하는 것이다. 방사선이 인류의 건강에 얼마나 위해를 끼치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백도명 교수가 측정과 계산의 차이를 말씀하셨는데, 용어를 갖고 너무 첨예하게 부딪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1년 동남원자력 의학원 근처 기장군의 갑상선암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주민들이 원전의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에 많이 걸렸다고 주장했고 법정 다툼으로 갔다. 2심에서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은 관계없다는 판결이 났다. 첨단 초음파 장비로 조기 검진을 자주 하다 보니 발견이 많이 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갑상선암 발병은 원전 주위의 방사선과 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물을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옹호하진 않지만, 공적 영역에서 학자들이 방사선의 두려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가 인류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저선량 방사선마저도 두려워 꼭 피해야겠다면 심장마비가 와도, 뇌동맥 혈류가 터져도 적절한 스텐트삽입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시술은 방사선 장비를 사용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양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바다에 유입된 방사성 물질이 해류에 의해 우리 바다로 오는 데는 빨라야 9년 걸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한 적이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물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일본에서 동쪽으로 즉, 미국 방향으로 흐르는데 가는 데 4~5년, 오는 데 4~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 의하면 후쿠시마 방출수의 우리 해역 도달 시점을 최소 7개월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해류 흐름과 시간을 고려하면, 해류를 통해서는 수년 이내에 우리 해역에 유입되기는 어렵다. 확산에 의한 유입이 해류에 의한 유입보다 더 빨리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바다에는 현재, 세슘이 1~2Bq/㎡, 삼중수소가 약 100Bq/㎡ 농도로 존재한다. 4~5년 후 우리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삼중수소의 농도는 현재 농도의 약 10만분의 1 정도다.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사태를 지켜보면서 환경문제에 있어 전문가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유사 분야의 학자들 목소리가 뒤섞여 무척 혼란스러워지더라. 설상가상 언론은 과학자들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한번 입장을 정하면 계속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만 펴게 한다. 과학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진영 간 다툼에 따라 무리한 논리가 난무하고 과학자의 목소리는 종종 묻혀버리는 것 같다.
언론이 찬반 갈라 양극 나눈 측면도
▶박군철 좌장= 후쿠시마 방출수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소견을 들었다. 이제부턴 자유롭게 본인 의견을 말해주면 좋겠다. 먼저 백 교수가 선량 측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가 부연해달라.
▶김기현= 방사선량뿐 아니라, 모든 양은 기본적으로 그 정의부터 사회적 합의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합의된 기준으로부터의 변환을 통해 값을 산출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관리 기준으로서 방사선량을 산출하는 방법 또한 충분한 여유도를 바탕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위험도를 관리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약속이자 노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부분은 비단 한 분야 사람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물론 세포에 대한 영향은 생물학의 영역이고, 인체 전반에 대한 영향은 의학의 영역일 수 있으나, 이 또한 방사선원의 특성과 선량이 정확히 정량적으로 평가됐음을 전제로 할 때 유의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측정은 불확도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마련인데, 선량을 평가하는 방법론이나 측정하는 방식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고, 막연하게 얘기하기보단, 명확히 어떤 부분에 있어 오류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지적하신 대로 선량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제대로 정립된 양이 아니라고 해놓고, 저선량에 의한 인체 영향을 강조하여 논의하는 건 모순 아닌가?
▶백도명= 말씀하신 사회적 합의의 요체는 평가 모델에 있어서의 구조나 내용인 것 같다. 그런데 평가 모델이 불확실하거나 없는 경우가 꽤 있다. 그중에 하나가 라돈(Rn)이다. 라돈에 대한 선량환산계수는 연구자마다 다르거나 여러 차례에 걸쳐 높아지고 있다. 또한 라돈의 인체 내부 피폭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형태로 일어나는지 계산하는 데는 평가 모델 자체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그런 것이 무시된 채 선량이 계산되고 그 값을 기준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방출수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소위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든 예가 포타슘40 함량이다. 선량 한도가 없는 포타슘40 핵종을 놓고, 이를 기준으로 후쿠시마 물에 1500Bq, 커피 한 잔에 4900Bq 있다고 하면서 커피 한 잔에 후쿠시마 방출수보다 많은 방사능 물질이 있다는 식으로 호도한다. 선량이란 개념을 이상하게 사용하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리적 의혹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것이 더욱 공포감을 조장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엄연히 과학의 문제일진대 이를 무시하고 부정함으로써 산업적 이해관계나 원자력업계의 시각에서 현재의 논란을 덮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범진= 방사선이 지나가면서 물질에 저장한 에너지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도 일종의 간접 측정이다. 직접측정이 아니란 식으로 측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후쿠시마 방출수 문제를 넘어 방사선 피폭 등에 대한 학술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백 교수의 말씀은 산업적 응용 수준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굉장히 미미한 수치를 침소봉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괜찮다, 아니다, 의견 대립 평행선
▶백도명= 애당초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게 일어날 거라는 예측 또는 전망은 원자력발전소를 수만 년 가동해야 한 번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00년도 안 돼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두 건의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소위 핵 산업계에서 전망한 수치가 이미 틀린 셈이다.
▶양승오= 확률을 따진다면 어떤 이벤트가 먼저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다. 앞으로 오랫동안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나.
▶박군철= 코로나 발병률로 따지면 걸린 사람에겐 100%고, 안 걸린 사람에겐 0%다. 1만년 후에 원전사고가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나하곤 전혀 상관없어도 확률은 1만분의 1이듯 지금 일어났다고 해서 앞으로 일어날 확률이 100%인 건 아니다. ‘확률의 마술’이기 때문에 따지기 어렵다.
▶백도명= 확률이라고 하는 것은 시작점에 의해서 사전과 사후가 달라져야 한다. 사전에 어떤 근거로 확률을 산출했든 이후 발생한 사건이나 경험에 따라 다시 조정돼야 한다. 산업적 응용의 차원에서도 훨씬 다르게 확률을 얘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 교수는 100이나 1000을 논의하는 데 있어 1이나 2라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1이나 2가 될 거라고 말하는 근거가 뭔가? 방사선의 양이 아닌, 그것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제 얘기가 맞다.
▶양승오= 각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조금만 달라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산업 현장에서 석면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 온 백 교수는 후쿠시마 방출수의 방사능과 나아가 방사능 물질로 인한 조금의 위해도 있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고, 원자력학회 회장으로서 정 교수는 방사능 물질의 활용도를 감안하면 그러한 우려가 과도한 의혹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양기= 후쿠시마 방출수 관련해서 주변인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감하다. 질문의 핵심은 영향의 유무인데 사람마다 영향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영향으로, 또 어떤 분은 회를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중점으로, 다른 어떤 분은 정말 0.00001이라도 뭔가 위험한 물질이 있으면 곤란하지 않냐는 뜻으로 질문한다. 그러므로 답변하기 어렵다. 요즘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 안 온다 하지 않고 비 올 확률이 얼마나 된다는 식으로 하더라. 우리도 각자 자기 분야에서 정량적으로 얘기하고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면 어떨까.
▶박군철=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는 충분한 안전 여유도 하에서 관리될 것이다. 과학은 대중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너무 염려하지 말고, 전문가 의견을 믿고 자기 생활을 잘 영위해나갔으면 좋겠다.
정리=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