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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호 2023년 10월] 기고 에세이

추억의 창: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


김 호
법학07-11
시사·법 칼럼니스트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 필자가 서울대를 다니던 시절 항상 머릿속을 맴돌던 저 문구가 불혹의 나이인 지금도 인생 표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는 재학 시절엔 생각하지 못했었다. 당시 서울대 교정 어디를 가도 그랬었고 학생들과 교수님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은 필자로 하여금 서울대라는 존재가 비단 대학이라는 차원을 넘어 개인으로서는 인생을, 조직으로서는 목표를, 국가와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는 영구적 지향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필자의 경우 서울대를 다니며 같은 대학 동문을 만나 배우자로서 인연을 맺고 인생을 함께 하는 기회(필자의 아내는 2년 선배 강은애 동문으로, 아내도 서울대 법과대학 시절 함께 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맺어오다 필자가 청혼한 바 있다)를 가졌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서울대는 필자에게 인생의 동반자까지 주선한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하겠다.

여담으로 그때를 돌이켜보면 아내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수업시간이었는데, 당시 어렵기로 유명했던 물권법(대법관 역임 양창수 교수님) 시간에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는 중에도 곧잘 답변을 하던 아내의 모습에 필자는 처음엔 감탄사를 연발하다 나중엔 경외심마저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후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신동운 교수님의 형법, 형사소송법 수업까지 연이어 수강신청을 했는데, 함께 수업을 들었음에도 중간, 기말고사 성적은 늘 아내가 월등하였던 것에 경쟁심리가 작용했고 더욱 아내를 이겨보려 열심히 수업에 집중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내와의 경쟁에 관한 열정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던 것 같다. 어찌되었건 이런 배경을 인연으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한 가족을 이루었으니 서울대 수업에 대한 기억은 단순히 지식을 충족시키는 것에 나아가 인생을 바꾸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처럼 서울대 모토인 ‘VERITAS LUX MEA’는 아내에게도 그렇지만 칼럼니스트로서 삶을 살아가는 필자에게도 수많은 글과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리를 향한 빛’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더욱이 세월이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범죄와 사고로 국민 불안이 커져가는 사회 분위기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주변국과 긴장(전쟁과 테러위협, 경제마찰 증대)과 전엔 상상도 못했던 세계적 팬데믹(지금은 완화된 코로나 등), 기후와 환경문제 등으로 인한 국내외 분열 및 금융, 세대, 교육, 이념에 관한 국민 갈등심화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와 미래세대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VERITAS LUX MEA’의 중요성과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할 것이다.




일러스트 김나은(디자인 4학년) 재학생


이처럼 어둠에서 길을 찾아 헤맬 수 밖에 없는 시대에서 필자는 ‘VERITAS LUX MEA’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즉, 학교에서 배움의 바탕이 되었던 ‘진리’를 통해 작금의 혼란스런 시대상을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진리의 빛’이 어디를 향하는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필자를 포함한 우리가 서울대에서 얻게 된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학교시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대표적 표지인 ‘VERITAS LUX MEA’를 잠시나마 회고하며 짧은 소회를 마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어둠은 존재해왔지만 결국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빛’을 향한다면 종국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필자는 서울대 모토를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VERITAS LUX MEA’!



*김 동문은 모교 졸업 후 동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이자 사단법인 21세기 군사연구소에서 군법제 진단 분야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며 군법과 수사절차 관련 칼럼을 써왔다. 주요 저서로 ‘군 수사절차의 이해’, ‘법의학의 기본 이해’, ‘군사법의 이해’, ‘디지털시대의 법적분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