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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2023년 7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법은 ‘살고 싶은 나라’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법은 ‘살고 싶은 나라’



강상경
사회복지86-92
모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복지연구회장


인구 동향은 사회 적응의 산물
사회환경에 총체적 혁신 필요


한 나라의 인구동향은 국가의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동향의 특징은 ‘저출생’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 현상이다. 이러한 ‘저출생·고령화 인구동향’은 우리 사회구성원 개인이나 가족구조 요인에 국한되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구동향은 그 동안 우리 국민의 삶과 연결되어 온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치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생태적 환경과 사회구성원인 국민들 간의 복잡하고 긴밀한 지속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저출생 현상은 사회구성원인 국민의 맥락에서는 국가 환경체계에 적응하기 위해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물이고, 고령화 현상은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삶의 질 개선과 보건의료기술 및 정책 발전에 따른 수명연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 현상에 부합하는 국가 차원의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혁신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엄청난 국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대비가 필요하다.

전후 ‘베이비 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증가를 경험한 정부는 출생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국가 주도의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보건, 의료, 교육, 주택 등에서 다자녀 가정보다는 소수자녀 가정을 우선 지원하는 국가정책에 국민들이 적응한 결과, 출생률이 낮아졌다. 저출생 현상은 정책평가 관점에서 보면 정책이 목표로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목표 출생률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후속적 정책 및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였다는 점은 새로운 사회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정책 외에도 교육환경, 직업 및 취업환경, 가족구조, 가치관 등 사회문화적 환경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보다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길어진 교육기간, 취업준비년수 등은 결혼시기를 늦추고, 늦어진 결혼 시기는 저출생으로 연결된다. 결혼 및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영향이 있다. 결혼을 통한 가족형성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되면서 비혼자가 늘어나고 있다. 함께 살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양성 결혼이 아니라서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출산이나 입양은 합법적 가족형태로 인정받지 못하여 다양한 국가 사회보장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혼인신고 한 가정만 합법적 가족형태로 인정을 받는 우리나라 가족제도에 대한 선택적 적응의 결과로, 동거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출산이나 입양을 꺼리게 된다.

국민들이 삶의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터득한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또한 출생률에 영향을 준다. 학교 수업 중 토론에서 상당수 학생들은 부모가 자신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높은 사교육비나 헌신적 지원을 본인은 감당할 자신이 없고, 자신이 경험한 교육 및 입시에서의 극심한 경쟁을 자녀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결혼은 하더라도 출산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경험에서 나오는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 또한 출생률을 낮추는 원인이다.

저출생 현상과 더불어 인구 고령화 현상도 우리 사회에 심각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감소하지만(2020년 5183만6239명→2050년 4735만8532명),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증가하고(2020년 815만1867명→2050년 190만3889명) 특히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인구는 급증할(2020년 78만1582명→2050년 440만8337명)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생활수준 향상과 보건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수명연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에 따라 노인 소득보장, 의료보장, 복지서비스 보장, 돌봄 보장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이러한 사회적 욕구에 부응한 사회보장환경체계가 형성된다면 고령화는 ‘인구문제’로 연결이 되지 않지만, 인구 고령화 현상에 대한 국가차원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고령화는 심각한 국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전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저출생·고령화 인구동향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초래하여 국가경쟁력 약화 및 국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므로 국가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등 거시적 생태체계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고용제도, 가족제도 등 다양한 정책 환경변화와 이러한 환경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 적응 등 생태학적 상호작용의 통합적 결과물이다.

따라서 저출생·고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국부적인 지원을 넘어, ‘국민이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생태체계 환경에 대한 통합적 분석을 기반으로,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 구축, 산업구조변환, 교육제도, 주택제도 등 국가 환경체계에 대한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