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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2023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기회의 땅 라오스, 봉사활동이 첫걸음 되길 바랍니다”



“기회의 땅 라오스, 봉사활동이 첫걸음 되길 바랍니다”

이재원 (대학원15-18)
밀크포라오·그린굿스 대표



NGO에서 출발, 양계사업 발전
현지 농가 소득 증대 도와


오는 8월 동문들이 모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의 라오스 SNU공헌단에 합류한다. 라오스는 2015년부터 모교가 봉사를 지속해온 곳. 그에 앞서 현지 소셜 벤처의 성공 사례를 쓰고 공헌단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온 동문이 있다. 이재원 밀크포라오 대표 겸 그린굿스 대표다.

그린굿스는 라오스 현지 농가와 협업해 양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신은 2015년 모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동아리에서 출발한 NGO 밀크포라오. 라오스 아동에게 우유를 보급해 영양 상태를 개선한다는 꿈을, 농축산업 환경 개선과 농가 소득증대라는 목표로 전환하면서 차린 회사다. 최근 아태 지역 개도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프런티어가 투자를 결정했다. 5월 3일 송도에서 ADB 연차총회 참석차 귀국한 그를 만났다.

“내륙 지역인 라오스는 저렴한 수입 농산물이 침범할 여지가 많아요. 양계 분야도 태국 대기업이 진출해 종자며 사료를 독식해서 자본이 없는 소규모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런 대기업도 닭고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요. 기르기는 어려워도 맛이 좋은 프리미엄 토종닭으로 이미지를 구축했죠.”

그린굿스는 라오스에서 토종닭을 가장 많이 보유한 양계 기업이다. 라오스 농림부와 함께 토종 산란계 품종을 개발, 그 닭에서 얻은 알을 부화시키고 백신까지 맞춰 기른 병아리를 소규모 양계 농가에 보급한다. 필요하면 닭장도 지어주고 사료도 제공한다. 75일 후엔 농가에서 키운 닭을 사료 값만 제하고 모두 사들여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250마리 규모 닭장 하나로 한 달간 얻는 소득이 100달러 정도. 쌀농사로 먹고살며 닭이라야 뜰에서 열댓마리 키우던 소농들엔 쏠쏠한 부수입이다.

“한국 토종닭처럼 현지 토종닭도 긴 다리에 살이 붙은 형태로, 치킨보다 구이를 선호하는 현지인, 외국인 고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요. 방사형으로 키운 토종닭으로, 품종을 보전하는 의미도 있죠. 현재 비엔티안 시내에서 유통되는 토종닭 중 7% 정도 점유율인데 20~30%까지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양계 농가도 23곳에서 300농가까지 계약을 늘릴 예정입니다. 가격 변동을 고려해 출하 스케줄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인 직원 5명, 현지인 2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6개월에 한 번씩 찾아오는 모교 공헌단 활동도 주관한다. 잠깐 왔다 가는 이들을 맞이하는 일이 번거로울 법한데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됐다”고 했다. “세 번 넘게 온 학생이 있었어요. 저희에겐 큰 도전이었죠. 6개월마다 자신이 해둔 게 잘 남아 있는지 보러 오니 저희도 지속 가능하게 유지시킬 책임이 생기더라고요. 봉사했던 친구들이 ‘취업 자소서에 봉사활동 얘기 많이 썼다’고 하면 정말 고마웠어요.”

공헌팀을 꾸릴 땐 모교 학생과 같은 비율로 라오스 국립농대 학생들을 참여시킨다. “다른 봉사활동을 보면서 현지 학생 소수를 통역으로만 쓰는 게 아쉬웠어요. 한국 학생과 현지 학생을 절반씩 섞으면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돼요. 친구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면 현지 농가에도 겸손하게 잘 대하게 되고요. 현지 학생 중 똘똘한 친구는 눈여겨 봤다가 입사 제안도 하죠.”

그는 틈만 나면 청년들에게 말한다. “라오스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다. 와서 기회를 잡아라”.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도 “청년들을 데려와 봉사활동을 하고, 미약하게나마 개발 협력이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싶어서”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아보여서인지 다들 겁을 먹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의 발전된 모델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유리한 면이 있거든요. 사실 저도 창업지원서를 정말 많이 썼어요. 개도국에서 창업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떨어졌죠. 결국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과 결혼 자금까지 개인 돈 1억원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그 돈으로 농업 창업하려면 턱도 없지만 현장에선 훨씬 작은 돈으로도 시작이 가능하더라고요. 지원금 받는 데 집중하기보다 우선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아봤으면 해요.”

라오스는 그에게 가족의 나라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라오스에서 봉사활동 중에 현지 대사관 직원인 아내를 만났고, 오랜 국제연애 끝에 결혼해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있다. 아이가 자랄수록 라오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도 커진다. 양계 농가 주민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했고, 한국 대학과 협력해 현지에 숲을 조성하고 있다. 현지 심장병 환아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도록 후원하기도 했다.

그를 매개로 라오스와 모교의 인연도 깊어져 간다. 6월부터 모교와 라오스 국립 농대 축산학과가 협력해 우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코디네이터로 그린굿스가 참여한다. 라오스에 우유를 보급하겠다는 밀크포라오의 꿈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 같다. 평창 산학협력단엔 그린굿스의 한국 법인이 입주를 앞뒀다. “평창캠퍼스 1기여서 애착이 커요. 당시 교수님이 20분인데 학생은 7명이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죠(웃음).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었고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희 직원들도 유학 보내고 싶어요.”

어려웠던 창업 초기, 코이카 프로그램으로 수주한 양계 사업의 위탁 운영을 맡겨 지금 사업의 토대를 다지게 해준 농업 NGO 굿파머스 장경국(축산65-69) 회장에겐 감사한 마음뿐이다. ‘기초 농산업 발전은 시간이 들어도 꼭 필요한 것이니 자부심 갖고 일하라’고 격려해 준 덕에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공헌단에 합류하는 동문들에게 그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믿고 바라봐주는 마음’이다. “무수히 많은 전문가와 봉사단이 개도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왔다가 원하는 대로 성장이 안 돼서 서운해 하며 돌아가는 걸 봤습니다. 일사천리로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이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 주셨으면 해요. 현지 주민들과 좋은 경험을 만들고, 인연을 키워 나간다고 생각해 주세요.”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