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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호 2023년 4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신록의 계절에 생각해보는 한반도 현실

이우탁 본지 논설위원


신록의 계절에 생각해보는 한반도 현실



이우탁
동양사 84-88
연합뉴스 선임기자
본지 논설위원


향긋한 봄내음이 물씬한 버들골에서 낭만을 즐겨야 할 관악인들에게 이런 무시무시한 얘기를 해야 하는 한반도의 현실이 서럽다.

지난달 22일 ‘서울 시청 상공 800m서 핵폭발 땐…시뮬레이션 해보니’라는 기사가 한 일간지에 버젓이 실렸다. 핵 위협 분석 사이트 ‘누크맵’의 공개 프로그램을 사용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상공 800m에서 20kt급 핵탄두가 폭발하면 벌어질 피해를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인데 그 내용이 참혹하다.

갑자기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더니 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100m, 깊이 30m는 움푹 파인 분화구가 생기고 그 안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는 등 초토화됐다. 수십만에 달하는 사망자와 부상자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지도상에서 없어지는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시뮬레이션을 도대체 왜 했을까. 언론은 여론을 먹고 살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북한의 핵무기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리라.

실제로 이 보도 직전인 3월 19일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전술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동해 목표 상공 800m에서 폭발시키는 핵탄두의 성능 실험을 했다. 핵무기는 공격 목적과 표적에 따라 폭발 고도를 수백m에서 수십㎞까지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고도 800m 정도에서 폭발시킬 경우 지상 표적에 대한 파괴력이 최대화된다고 한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도 500~7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은 작년 9월 8일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이번 훈련을 통해 한국의 수도 서울 상공을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사람들이 느낄 핵재앙의 공포가 현실화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흔히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벌써부터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라든가 나토식 핵공유 또는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한국의 독자 핵개발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 원자력(핵) 공학의 역사는 서울대에 1959년 원자력공학과가 신설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초기 핵개발도 서울대 물리학과와 공대 교수 출신으로 월북했던 도상록과 이승기 박사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너진 한반도내 핵균형을 바로잡고, 서울 상공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이때, 관악인들의 에너지도 결합돼야 한다. 대통령부터 원자핵공학과의 학생까지 모두 나서야 할 일이다.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이 남북한 핵균형이 절실한 이 국면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