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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호 2024년 4월] 뉴스 모교소식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⑦ 노화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SNU 그랜드퀘스트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⑦

 
김광일 (의학88-94)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강찬희 (자연과학97-01) 모교 생명과학부 교수
 
모교 국가미래전략원의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클러스터장 이정동)에서 최근 ‘그랜드 퀘스트 2024’(포르체)를 펴냈습니다. 이정동 클러스터장은 “도전적 질문(Grand Quest)이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10개의 도전적 질문을 통해 최신 과학·공학의 이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총동창신문에서 10회에 걸쳐 그 내용을 전합니다.-편집자 주   
 
노화세포가 인체 각 조직(tissue)에 노화를 전파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노화 전파의 메커니즘을 과학적, 실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세포노화 과학적 정의 쉽지 않아

불로장생(不老長生), 즉 ‘노화(老化, Aging)의 극복’은 동서양의 인류 모두가 오랜 시간 염원해 왔던 주제이며, 역사와 픽션을 통틀어 자주 통용되는 주제였다. 노화의 정의가 무엇인지, 노화 자체가 질병인지 아닌지, 노화가 과학적으로 극복가능한 현상인지 등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노령(old age)’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을 제안하였으나, 논란 끝에 2022년부터 시행된 질병분류체계에 “노화에 의한 기능감퇴(ageing associated decline in intrinsic capacity)”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를 과학적으로 다루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반세기도 채 못된 1993년에서야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노화가 유전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노화에 대한 기존의 통념은 개체 수준에서 노화현상을 생각함에 머물러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기능적 최소 단위인 세포의 노화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노화의 핵심요인은 인체 조직 내에 노화세포(Senescent cell)의 과도한 축적인데, 현재 노화에 관한 연구들은 이에 주목하여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노화세포가 조직에 전파되고 기능을 저하시키면서 노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 신체 조직(tissue)별 세포 구성이, 각 세포별 노화의 과정이, 그리고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노화’ 또는 ‘세포 노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통일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임상 시험에서 노화에 대해 모종의 개입을 했을 때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화된 지표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과거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를 다시 발현시키는 것과 같은 연구주제들이 있었으나 이 주제들은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는 노화세포 표적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노화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열쇠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 뿐만 아니라 노화세포 연구가 진척된다고 하더라도 노화세포를 단순히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주변 세포와 조직, 그리고 나아가 개체 전체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극복할 방안은 있는지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들은 노화 현상 및 노화와 연관된 질환을 제한적으로만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밝혔을 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적으로도 세포 노화의 조절 및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노화 세포 표적기술에 기반하여 광범위하게 적용가능한 노화 치료제 또한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축적된 노화세포에서 질환 단서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최근까지 노화와 연관된 질환별로 특이적이며 개별적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노화 연관 질환에서 노화세포의 비이상적 축적이 공통적으로 관측되고 있고, 따라서 세포노화가 곧 기본적인 노화 과정이라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축적된 노화세포에서 분비되는 특정 물질이 주변 세포 및 조직에 악영향을 주어 기능을 저하시키고, 노화를 촉진하여 노화 연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일 것이라는 질문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축적된 노화세포를 조직으로부터 제거하거나 혹은 노화세포에서 분배되는 노화 전파 물질을 억제하는 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화의 원인이 되는 노화세포를 탐색하고 제거하거나 제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던 수많은 노화 연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한 수명 연장 뿐만 아니라 건강한 노화를 통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의 생명과학 및 의학에서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노화 및 노쇠에 대한 중재가 쉽지는 않겠지만, 노화를 늦추고 노쇠를 예방할 수 있다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노화를 늦추거나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특정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 처음에는 각광을 받다가 다른 연구들에 의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이나 기업의 개발 노력이 한번에 감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 연구는 한 가지 연구결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세포 노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부터 천천히 진행되어야 한다.


 
Grand Quests 연재 순서 
 
1.집적회로기반 양자컴퓨팅
2.프라이버시 기반 인공지능
3.효소모방 촉매
4.추론하는 인공지능
5.체화 인지구조 인공지능
6.인공지능 기반 항체설계
7.노화의 과학
8.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
9.환경적응적 로봇
10.초경량 배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