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호 2023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언론의 위기와 서울대의 책임
언론의 위기와 서울대의 책임
김희원
인류89-93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본지 논설위원
완벽하진 않아도 제 몫 하는 언론
모교 저널리즘 스쿨에 관심을
9월 총동창회보에서 윤석민 모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관악논단 ‘저숙련 뉴스노동자로 내몰리는 언론인들’을 의미심장하게 읽었다. 우선 윤 교수가 지적한 언론의 현실은, 부끄럽지만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중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언론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존재라는 자각이 흐려지고 월급쟁이 정체성에 사로잡힌 듯한 기자들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안타까운 것은 언론의 위기가 곧 우리 모두의 위기라는 인식이 드물다는 점이다. 너희 언론이 잘못했으니 불신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더 이상 뉴스를 보지 않고 SNS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이들도 있다. 글을 시작하며 언론의 문제를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언론을 그저 없어져도 좋을 존재로 여길 수는 없다.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포함해 결국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치와 정책 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언론이 생산해 낸 것이다. 그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나아가 견제와 관여로 지탱돼야 할 민주주의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도의 공백, 사회적 위험, 권력 남용에 언론이 무관심할 때 우리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언론은 완벽하지 않지만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민들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한 시민들이 이념적 지향과 별개로 언론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 어떤 정권이든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들려 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가짜 뉴스’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기반을 위협하고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보도를 위축시키는 게 온당한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6년간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일궈온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에 네이버가 지원을 끊고 콘텐츠 제공을 중단키로 한 것에 서울대 구성원과 동문들이 관심을 쏟아야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윤 교수가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저널리즘 스쿨을 설립하자며 “서울대에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서울대가 져야 할 책임이다”라고 말한 대목에 백번 공감한다. 사실 정치 양극화와 맞물린 언론의 정파성 심화가 저널리즘 구현을 방해하는 중요한 한 원인이기에 교육적 노력 외에도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언론의 실패를 바로잡는 시도를 위해 서울대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책임의식, 다수 시민들의 관심과 압박이 필요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언론을 위기에서 구하고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데에 모교와 동문들의 관심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