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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2022년 8월] 문화 신간안내

“리더들이 기록할 것은 자기 자랑보다 실수” 책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


내가 책을 쓴 이유

“리더들이 기록할 것은 자기 자랑보다 실수”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



김진현 (사회54-58)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나남출판

“내가 이 자전적 기록을 쓰는 이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유는 1930년대생으로 대륙시대와 해양시대를 영위한 다생(多生) 세대로서 편력과 자각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우리 세대는 단군 이래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장수하는 세대이면서, 단순히 명만 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의 삶, 다단계, 다차원, 다문화, 다문명, 다혁명을 한꺼번에 모두 겪는 아마도 전무후무한 다생세대이다. 나는 신문기자, 언론인, 좀더 구체적으로는 레이몽 아몽과 월터 리프먼 같은 칼럼니스트가 되는 꿈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다. 또 우리 세대, 일제식민의 제도적 굴레를 직접 체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살아남아 내 조국이 없다는 것, 우리 민족의 말, 글을 못 쓰고 이름조차 바꿔야 하는 삶을 체험했다.

둘째 이유는 내 운명적 굴절이다. 나는 언론인으로서는 남이 안 가는 길, 안 가본 길을 혼자 제일 먼저 간 독특한 삶을 지냈다. 과학기술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세계화추진위원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 동해연구회 회장, 여러 독립지사들 기념사업회 회장, 최초의 민간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과 세계 최초의 평화지수연구인 세계평화포럼 창설과 1987년부터의 다양한 NGO 참여, 언론과 정부, 경제와 복지, 산업과 환경, 권력과 NGO, 과학기술과 사회, 대학과 시장, 대륙과 해양, 대한민국과 세계를 넘나들었다. 나는 경계인, 이종사회, 이종집단, 이종기관 간의 경계를 가장 다양하게 넘나든 아직까지는 유일한 ‘언론인’이다. 아직도 나 스스로는 본원적으로 글 쓰는 ‘언론인’이라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로, 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이 완벽하게 부정당하고 훼손되는 혼란은 이 나라 정통성과 정체성을 대표하는 사람들, 그런 기관의 책임자들이 자기 개인과 책임 맡았던 기관들의 활동 실태를 국민에게 진솔하게, 진실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 사회, 이 나라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대표하는 분들은 자기 자랑보다 후진에게 실제로 참고가 되는 자료와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실수를 진솔하게, 사실의 전후맥락을 종합하여 전하고 남김으로써만 이 나라 정체성과 정통성의 실체를 국민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 나라 원로 회고록은 정말 너무 드물다.”



*김진현 동문은 1966년부터 ‘동아일보’에 ‘코리안의 고동’으로 산업화ㆍ국제화를 선도하고, 1980년대 ‘김진현 칼럼’으로 격랑의 민주화를 비춘 언론인이다. 과기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연구원 신설을 시작으로 해양, 과학기술, 미래 등 10개 연구기관 창설의 책임자였다. 세계화추진공동위원장,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과 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을 역임하고 이봉창·안재홍·장준하기념사업회 창립회장으로, 이승만·장면 선생 기념사업회와 김구·김성수·조봉암 기념행사에도 참여해 대한민국 중심주류 찾기, 만들기에 힘썼다.
1980년대부터 김수환, 강원룡, 이한빈 선생의 가르침으로 NGO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송월주 스님, 서경석 목사, 박세일 교수와 함께 경제, 통일, 평화, 환경 등과 관련한 20여 개 NGO 민간단체 창립 또는 대표로 봉사했다. 14권의 저서(영문 2권), 7권의 역서, 110여 편의 논문과 약 3000 편의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