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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호 2022년 2월] 뉴스 기획

진영에 휩쓸리지 않는 건강한 공론의 장 마련

홍준형 (법학75-79)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진영에 휩쓸리지 않는 건강한 공론의 장 마련
 
|인터뷰|  홍준형 (법학75-79)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


4년여 동안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한 홍준형 모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가정책포럼을 진두지휘해온 것을 교수 생활 37년 동안 가장 보람된 일로 꼽았다. 출신 대학을 떠나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들, 지식인들과 만나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는 게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다고. 2월 9일 관악캠퍼스 행정대학원 연구실에서 홍준형 교수를 만났다.



-위원회 활동의 의의는 무엇인지.
“대학이 조직을 만들어 나라의 앞길을 모색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카이스트에 비슷한 이름의 기구가 있긴 하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커버하진 못한다. 알다시피 모교는 분야를 막론하고 막강한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그런 역량을 결집해 의미 있게 활용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서울대가 뭔데?’ 하는 식의 반발도 있을 듯한데.
“그런 반발엔 정작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처지가 배경에 깔려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얘기할 수 있고 또 얘기해야 하는, 공론의 주제에 대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논의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하는 활동이므로 가능하면 동참해주고 잘하면 박수도 쳐주고 그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포럼을 꼽으면.
“작년 10월 ‘코리아리포트 2022 : 다음 정부의 길’이란 주제로 열었던 포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분야별로 팀을 짜고 필요한 경우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위원회가 작심하고 1년간 준비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차기 정부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리포트가 됐는데, 애초에 선거와 관계없이 매년 연례보고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포럼을 좀 더 규모 있게 개최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유력 대선 후보 두 명의 정책 브레인을 초청해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포럼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돈을 쏟아부어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단순한 접근으론 안 된다는 비판 등 다양한 정책 제언들이 정부 정책에 다각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대만큼 잘 진전되진 않았지만. 정책이란 게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 다층적이다. 콕 집어 어떤 정책으로 반영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큰 방향을 잡고 추진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위원회 운영의 원칙이 있다면.
“진영에 휩쓸리지 말 것, 독립성·자율성을 지킬 것,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지나치게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과 사실에 대해서까지 대안적 진실, 대안적 사실이란 미명하에 피아를 나눠 적대시하고 왜곡한다. 이러한 시국에 모교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옳은 건 옳다, 그른 건 그르다,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한 진영에 영입되면 해당 진영을 옹호하는 편파적 논리로 진실을 왜곡한다. 참여 교수들의 모든 연구 활동을 간섭할 순 없지만, 위원회는 ‘진영으로부터의 자유’를 제1 원칙으로 삼았다. 또 하나의 원칙은 서울대 본부, 다시 말해 모교 총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다. 감사하게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른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ciple)’이 잘 지켜졌다. 학교는 포럼 일정 조정과 예산 지원만 했을 뿐 포럼의 주제나 내용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다.”

-새로 출범하는 국가미래전략원은 위원회와 어떻게 다른가.
“위원회는 대학에 적용되는 여러 규정에 의해 공식기구로 등재될 수 없었다. 독자적 예산 집행도 불가능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오갔고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의견을 총장에게 드린 바 있다. 전략원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생각한다. 위원회가 공론의 장을 여는 데 주력했다면, 전략원은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국가미래전략원에 거는 기대나 조언 한 말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약간 위에 있는 정도다. 그러니 복잡하고 험난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을 찾는다면, 그건 해외 여러 나라에도 적용되거나 적어도 참조할 만한 것이 된다. 전략원이 그런 묘수를 찾는 데 기여한다면 국경을 넘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용광로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국가전략위원회, 국가미래전략원에 바통 터치
 
국가미래전략원이 본부 산하에서 활동한 국가전략위원회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초 독립적 상설 조직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김병연(경제81-85) 경제학부 교수가 원장에, 반기문(외교63-70)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원장에 내정됐으며 국가 발전을 위한 장기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원장은 학내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역할을, 명예원장은 학교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모교는 이미 2016년부터 공공성 구현의 일환으로 국가정책포럼을 개최, 국가정책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열어 미래 한국을 좌우할 핵심 정책 의제에 대한 토론과 숙의를 거듭해왔다. 2019년 8월 출범한 국가전략위원회는 국가정책포럼을 흡수하여 기존 공론장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공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했다. 

‘대학의 미래, 서울대의 성찰’,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코리아리포트 2022: 다음 정부의 길’ 등을 주제로 학내외 전문가는 물론 정치인, 경제인, 정책책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6년 10월 시작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가미래전략원으로 거듭났다.


[기획]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 코리아리포트 2022 : 다음 정부의 길 읽기: https://www.snua.or.kr/magazine?md=v&seqidx=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