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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2021년 9월] 기고 에세이

녹두거리에서: ‘나’ 안의 ‘나’와 소통하면 만사형통·부귀영화

김환영 중앙글로벌머니 지식 칼럼니스트
 
‘나’ 안의 ‘나’와 소통하면 만사형통·부귀영화

김환영 
정치81-85
중앙글로벌머니 지식 칼럼니스트


석기시대 사람들도 ‘나’ 안에 ‘또 다른 나’가 있다고 생각했을까(어쩌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나의 지금 처지에 불만족했다. 나를 이끌어줄 타인이 필요했다. ‘나 외부’의 타인을 믿지 못했기에 ‘나 내부’의 타인을 찾아 나섰다).
야스퍼스(1883~1969)가 말한 ‘축의 시대’(기원전 8~3세기) 이후부터 나를 나눠보는 생각이 본격화한다. 이런 식의 생각이 계속 발전했다. ‘나’ 안에는 의식이 있고 무의식이 있다. 내 안에는 주님이 있고 불성이 있다. 사주명리학도 일간(日干)이 상징하는 나와 다른 나들의 관계를 따져보는 학(學)이다. 

같은 지붕 아래 식구끼리도 서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서로의 생각을 모른다. 의식도 무의식도 같은 아(我)에 속하지만 서로 소통이 없으면 서로 비아(非我)다. 멀뚱멀뚱 타인이다. 같은 아(我)끼리 뭉쳐 대아(大我)를 이루려면 소통해야 한다. 

소통하면 만사형통이다. 부귀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소통이다. 이는 ‘자기계발(Self-help)주의’, ‘신사고(New Thought)주의’의 핵심 메시지다.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의 핵심 ‘경전’으로는 ‘시크릿’(2006),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1937), ‘긍정적 사고방식’(1952)이 있다.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것은 민주주의·자본주의 못지않게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개된 비밀이다. 존 로크나 애덤 스미스의 저작이 수십만·수백만부 팔릴 때,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의 바이블들은 수천만·수억부가 팔렸다.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에 따르면, 무엇이든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바라면 된다. 현재의 물질적 환경이 ‘적대적’이거나 ‘열악해도’ 바라면 된다. 19세기에 신사상·자기계발 운동은 질병을 고치는 치유운동으로 출발했지만, 축재(蓄財) 운동, 창의력 운동으로 확산됐다. 신사상 운동가 중 상당수는 인간에 내재된 신성(神性)을 강조한다.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는 상호 표절이 심각하다. 끊임없이 서로 베끼고 ‘리사이클’한다. 


 일러스트 김나은(디자인 4학년) 재학생


내 안의 나들끼리 소통하는 법에 대한 두 핵심문헌은 에밀 쿠에(1857~1926)의 ‘의식적 자기암시를 통한 자기지배’(1923)와 RHJ의 ‘It Works(이거 되네)’(1926)이다. 

‘자기 암시의 아버지’인 쿠에의 방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침에 깨어날 때, 밤에 잠들 때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주문처럼 20회 왼다. 그러면 바라는 것이 이뤄진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우리의 뇌파는 세타 웨이브(theta wave)다. 그때 쿠에의 기도문의 효과도 좋지만, 그 어떤 문제건 집중하면 솔솔 좋은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Works’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바라는 것을 순서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는다. 바람 목록은 매일 바꿔도 된다. 

목록을 어느 정도 확정한 다음에는, 아침·점심·저녁에 한번씩 읽는다. 종이에 적은 것은 나 안의 ‘전능한 힘’을 제외하고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주위의 부정적인 생각이 방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RHJ는 책의 말미에 이 말로 독자들을 ‘협박’한다. “여러분은 이 책의 내용을 거부할 수도 있고, 수용할 수도 있다. 지금의 여러분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무엇이든 바라는 것을 얻을 수도 있다. 이 책 전체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라.”

에밀 쿠에와 RHJ가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둘의 생각을 이해하면 자기계발주의·신사고주의의 생각을 80프로는 이해한 것이다. 

다음은 사족이다. 정치·경제 지도자들, 국민, 유권자도 서로 소통하면 대한민국이라는 ‘큰 나’를 이룬다. 소통이 없으면 남남이다.  



*김 동문은 모교 졸업 후 스탠퍼드대에서 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편집장, 중앙SUNDAY 국제·지식 에디터 등을 지내며 영어, 인문학, 고전 등에 대한 글을 써왔다. 최근 책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