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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2021년 6월] 기고 에세이

동숭로에서: ‘만사형통’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조수철 모교 의대 명예교수

‘만사형통’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조수철
의학67-73
모교 의대 명예교수
한국오츠카제약 고문



필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하기 위해 만사형통형 모델(Model of Everything)을 고안했다. 이 모델은 비단 정신질환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현상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사형통형 모델’로 명명했다. 만사형통형 모델은 다음과 같다.

대상: 신체-정신-사회-영적인 면
       (Bio-Psycho-Socio-Spiritual aspect)
시간: 과거-현재-미래
공간: 나-가족-사회-국가-세계-우주
태도: 긍정적-역사적-과학적-예술적-철학적 태도



기본적으로 이 모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모델로부터 출발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인간의 안녕(건강)에 대해 첫째, 신체적 안녕(physical well-being), 둘째 정신적 안녕(psychological well-being), 셋째 사회적 안녕(social well-being)으로 나눴다. 즉 생물-정신-사회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모델에 영적인 측면을 추가해서 2013년 신체(Bio)-정신(Psycho)-사회(Socio)-영적(Spiritual)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 예술, 문학 그리고 철학에서는 영적인 주제를 다루어 왔으며 인간의 일상적인 삶이 이들과 분리되어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교와 정신의학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시작부터 상당히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음을 알 수 있다. 뇌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얻기 전에는 성직자들이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해 왔다.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있어서 문학은 필수적인 분야였다.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내적·외적 고통을 치유하고자 발라드, 노래, 시 같은 문학과 예술을 이용해 왔다.



일러스트 김나은(디자인 4학년) 재학생 


정신의학의 전통모델은 ‘결핍모델’이다. 즉 성장하고 성숙,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사회적인 면의 결핍이 있어 질병이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치료는 결핍된 부분을 보완시켜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아주 소극적인 모델이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사형통의 모델’은 긍정심리학을 통합한다. 이것 역시 기본적으로 WHO의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WHO에서 건강의 기본개념은 ‘웰빙(well-being)’ 즉 복지, 안녕, 행복을 뜻한다. 즉 건강이란 단순한 질병 없음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이란 첫째는 주관적 안녕감으로 즐거운 삶, 둘째는 적극적인 삶, 셋째는 의미 있는 삶을 포함한다. 이것은 아주 적극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WHO의 기본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에 덧붙여 인간에 대한 기본 태도에는 4가지가 있다고 봤다. 이들은 통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첫째, 역사적 관점으로 이는 인간에 대하여 길게 보는 관점이다. 시간적으로는 과거-현재-미래를 하나의 축으로 두고 보는 관점이다. 공간적으로는 개인-가족-사회-국가-세계-우주적 관점으로 보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과학적 관점이다. 이것은 인간에 대하여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게 보는 관점을 이른다.

세 번째는 예술적 관점이다. 이것은 인간 내부에 진선미(眞善美)가 존재한다는 관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윤리·철학적 관점이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중요성을 깨닫는 관점이다.

요약한다면 인간에 대하여 길게, 정확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가 모두 통합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사형통형 모델’을 제시했다.

이러한 모델은 비단 정신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스스로 하고 있는 분야에서 얼마나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의 모델로도 이용할 수 있다.



*조 동문은 모교 의대 졸업 후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모교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장을 지냈다.
음악에 조예가 깊어 의학 서적 외에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 등 음악 서적을 다수 썼다. 최근 ‘베토벤과 바그너 그 치유력에 대하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