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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호 2021년 5월] 뉴스 모교소식

정문에서 본관 잔디광장까지 싹 바뀐다

‘보행자 중심 캠퍼스’ 변신 중


정문에서 본관 잔디광장까지 싹 바뀐다

차보다 사람 ‘보행자 중심 캠퍼스’ 변신
지하주차장 417면 조성…길목에 ‘숨통’




모교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 잔디광장 지하에 주차장이 조성된다. 2022년 하반기 완공될 잔디광장 지하주차장 조감도(모교 시설기획과 제공).


공사 시작 전 옛 잔디광장 모습(서울대 사진갤러리 제공).



모교 관악캠퍼스 대학본부(행정관) 앞 잔디광장에 내년 하반기 지하주차장이 조성된다. 모교는 4월 19일 잔디광장 지하공간 2층에 걸쳐 주차대수 총 417대 규모의 주차장을 짓는 신축공사에 착공했다. 잔디광장 주변 지상 공간을 걷기 좋은 환경으로 재정비하는 것까지 포함한 공사다. 관악캠퍼스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소하고, 보행자 중심 캠퍼스를 조성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존 잔디광장은 4면이 차도로 둘러싸여 있었다. 잔디밭 안쪽(행정관 쪽) 도롯가에는 내외빈용 주차공간이 있었고, 잔디광장과 문화관 사이 노상주차장에도 언제나 차량이 즐비했다. 도로의 바깥쪽(순환도로 쪽)에는 학외 셔틀버스와 통근버스, 시내버스가 수시로 정차했다.

잔디광장 양 옆길은 안쪽의 문화관과 행정관, 중앙도서관, 학생회관으로 가는 길목인 만큼 많은 보행자가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보행자를 위한 공간은 충분하지 않아 안전 문제가 상존했다.

새롭게 정비되는 잔디광장은 더이상 도로에 고립된 모습이 아니다. 차량은 행정관을 바라보고 잔디광장 우측 아래 지하주차장에 진입해 좌측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차도가 사라진 지상에는 폭 넓고 안전한 보행로를 만들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9~10월까지 잔디광장 주변 차량 동선과 버스정류장, 보행로 등은 임시 변경된다.
모교는 관악캠퍼스 정문에도 보행자를 위한 광장을 조성한다. 정문 옆 자동차 우회도로 확보를 포함한 이 공사는 이달 중 착수해 오는 10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행정관 앞 잔디광장이 지난 4월 중순 지하주차장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 후엔 주차난 해소와 동시에 안전한 보행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는 지하로, ○○○님은 잔디로’…첫삽 떴다

2022년 가을까지 완공 목표
주차난 해소, 안전한 보행 기대


‘자동차는 지하로, ○○○님은 잔디로’. 4월 중순 모교가 잔디광장 지하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공사의 시작을 알리며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뉴스레터의 제목이다. 이번 공사는 잔디광장 지하에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에는 주변 문화관과 행정관 등을 연계해서 보행자 중심의 통합형 광장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행정관 앞 잔디광장은 가로 89m, 세로 61m 길이로 넓이가 총 5,200㎡(약 1,580평)에 달한다. 이곳의 지하에 두 개 층을 내서 연면적 약 1만4,000㎡에 총 417면의 주차공간을 만든다. 모교가 평소 잔디광장 인근 노상주차와 불법주차 차량 대수를 감안해 산출한 규모로, 신설 지하주차장에서 인근 주차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잔디광장 지하는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겪어온 모교가 지하공간 개발 부지로 유력하게 검토해온 곳이다. 2007년 관악캠퍼스 지하공간 개발계획(안)이 당시 총장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정문 앞 대운동장과 행정관 앞 잔디광장 지하가 물망에 올랐으나 오랜 시간이 흘러 잔디광장 지하 개발이 실현됐다.

잔디광장은 차량을 이용해 모교 행정관과 문화관, 도서관과 자연대 등 학교 중심부로 가까이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이다. 기존에는 정문에서부터 뻗은 순환도로에서 좌회전해 내부로 진입한 차량이 행정관 앞 잔디광장을 둘러싼 우회도로를 돌아서 순환도로로 나오게 돼 있었다. 잔디광장 아래와 측면엔 행정관과 서울대입구, 사당역을 각각 오가는 셔틀버스와 시내버스(5516번), 출퇴근버스 정류장과 택시승강장이 위치했다. 노상주차장은 대개 만석이었다.

잔디광장 부근에는 차만큼 사람도 많았다. 도로를 가로질러 문화관과 행정관, 중앙도서관, 학생회관으로 향하는 보행자와 차량이 서로를 피해 조심스럽게 왕래하는 곳이었다. 유동인구에 비해 보행 면적은 부족했다.

지하주차장이 완공되면 잔디광장의 3면은 차량 없는 공간으로 바뀐다. 차는 순환도로에서 진입 후 곧바로 지하주차장에 진입하고, 사람은 잔디광장 주변의 보행로와 계단을 통해 캠퍼스 안쪽으로 향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별칭 ‘총장잔디’로 불려온 잔디광장은 봄·가을 축제와 취업박람회 등 큰 행사 때만 개방됐지만 재단장 후엔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공사용 펜스를 치고 굴착 작업이 한창인 잔디광장 부근은 임시로 보행과 교통체계를 변경했다. 잔디광장 좌측 보행로는 문화관 쪽으로 우회되고, 공사기간 동안 셔틀버스 정류장은 규장각 측면, 시내버스(5516번) 정류장, 택시 승강장은 순환도로변으로 이동한다.

잔디광장 주변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아시아연구소 지하주차장(2층, 60면), 규장각 노상 주차장(40면), 문화관 노상주차장(100면) 이용을 권하고 있다. 완공 후엔 잔디광장 지하주차장 앞 도로를 현행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늘려 일반 주행차로와 버스 주행차로, 버스 정차공간을 확충할 예정이다. 택시승강장은 기존 위치보다 순환도로 쪽으로 내려오고 정차공간도 늘어난다.

모교는 잔디광장 지하주차장 사업과 병행해 ‘샤’ 모양 정문 조형물을 중심으로 보행자용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문 옆으로 기존보다 확장된 자동차 우회도로를 확보해 현재 정문 조형물 아래로 지나다니는 차량을 통행하게 할 계획이다.

정문 진입로는 부족한 차선으로 인한 병목 현상과 교차로에서 진입시 교통 안전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진입로를 확장하고 위치를 바꿈으로써 정문 앞 교차로에서 진입하는 각도와 동선이 매끄러워지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10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본지 514호 참고>

이원우 기획부총장은 4월 초 학내 구성원에 이메일 편지를 보내고 잔디광장 지하주차장과 정문 광장 조성 사업에 대해 알리며 “두 사업 모두 차량 중심인 현 캠퍼스를 보행자 중심의 환경으로 변모하기 위해 꼭 시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주차난 해결과 보행 환경 개선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캠퍼스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문 앞에 경전철 신림선과 서부선 역이 들어서 대중교통 접근성까지 높아지면 보행자 중심 환경과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진 기자



계엄군이 하기식 하던 시절도 있었지요…잔디광장 그때 그 시절



1980년 잔디광장에서 거행된 계엄군 하기식(모교 기록관 제공),


(왼쪽부터) 2019년 같은 곳의 가을축제 놀이마당, 다양한 모교 구성원이 참여한 ‘천인만창’.



행정관 앞 잔디광장은 버들골과 함께 관악캠퍼스의 대표적인 녹지로 꼽힌다. ‘버들골’이 비교적 정감 있는 명칭인 반면, 이곳은 재학생들에게 ‘총장잔디’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왠지 편히 드나들 수 없는 이미지임을 알 수 있다.

잔디광장은 1975년 모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때부터 조성됐다. 학생의 출입이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엄숙한 공간이었다. 휴교령이 내린 1980년에는 학내에 진주한 계엄군이 오후마다 하기식(下旗式)을 여는 곳이었다.

잔디광장은 1987년 축제 용도로 처음 학생들에게 개방됐다. 학생 2,000여 명이 이곳에서 열린 가을대동제 ‘통일함성제’ 개막식에 참가했다. 대동제와 각종 행사의 놀이마당이 된 잔디광장은 관리 문제로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을 낳기도 했다. 2001년 모교 교직원이 한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잔디광장은 ‘각종 행사 뒤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와 N세대의 운동화에 시달린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학생사회가 학교를 향해 의견을 표출할 때면 비로소 ‘광장’으로 기능했다. 2011년 법인화 반대를 목적으로 잔디광장에서 록 페스티벌 형태의 시위인 ‘본부스탁’이 열렸다. 학교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잔디에 진입한 2,000여 명의 학생은 ‘여기는 학생잔디!’라고 외치며 저항심을 표출했다.

최근 들어 잔디광장에서의 ‘일탈’ 기회는 다소 빈번해졌다. 가을 축제 때는 하룻밤을 지새는 학생들의 캠핑 텐트가 이곳을 가득 메운다.

2019년 봄 축제 ‘천인만창’ 행사에선 학생들과 모교 총장, 보직교수들이 잔디광장에 모여 어깨를 겯고 노래했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홈커밍데이를 찾은 동문들에게 개방됐고, 수의대가 주최한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과 반려동물도 마음껏 잔디 위를 누볐다. 이제 잔디광장은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